나를 찾는 여정-발걸음2

객관적 직면(나의 일상 돌아보기)

나는 현재 2025년 기준으로 49년째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지금껏 살고 있는 딸아이를 둔 기혼 여성이다. 외모도 스펙도 모두 중간정도(?)하는 평범 수준이며(내 기준에서) 어느 때는 긍정적인 것 같으면서도 또 어느 때는 우울하기도 한 다양한 성향을 지녔지만 그것 또한 나만 알고 있을 것 같은 내향형 인간이다.

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략 이렇게 설명이 나갈 것 같다. 사실 더 자세히 설명해주고 싶지만 그 정도로 나에게 관심 있어하는 사람도, 또 있다 한 들 긴 나의 긴 이야기들을 자상히 들어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 간략하게 대~충 요점 정리하듯 나오는 것 같다.


나의 일상은 아이와 남편 가족이 일 순위일 수밖에 없다. 나의 정신은 늘 아픈 아이에게 꽂혀있었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아이가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함을 가질 수 있을지 거의 연구하는 자세였다. 책을 읽어도 육아 관련이나 장애 관련책을 찾아보게 되고 아이 치료에 관련된 교육이라면 작은 것이라도 찾아 공부했다.


아이에게 쏟아붓는 에너지만큼 신경 쓰는 건 남편이었다. 남편은 가정경제를 책임진다는 명목으로 육아나 집안일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사실 독박육아라는 짐 보다 더 힘든 것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남편의 분노와 날카로운 말과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비난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컨디션에 따라 같은 일이라도 웃어 넘기기도 하고 세상 죽을죄를 지은 사람처럼 대하기도 한다. 늘 예민하고 사소한 일에도 세상 끝날 것처럼 화를 내고 그 또한 늘 일관성이 없어 나를 더욱더 불안하고 늘 긴장되게 만들었다. 특히나 아픈 아이의 남다른 행동들을 보며 이해하기는커녕 말과 행동으로 나와 딸아이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을 남겼다. 그래서 남편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이 불편하고 두렵기 시작했다. 남편이 없는 시간에도 나는 남편이 왜 화를 내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화를 내지 않게 하기 위해, 남편 마음에 들게 이렇게 해야겠다고 계획하고 움직이는 게 나의 일상이 되었다. 남편으로부터 자존감이 무너지는 말을 듣는 게 너무나 두려웠고 딸아이에게 말과 행동으로 분노를 쏟아내지 못하게 하기 위해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생활을 16년째 이어오다 어느 날 욕실 거울에 비치는 내 얼굴이 자세히 보였다. 언제 내가 이렇게 많이 늙었는지 눈밑은 움푹 들어가 있고 주름도 이미 깊게 파여 있었다. 하앴던 피부는 거무스름해졌고 기미 잡티도 이미 가득했다.

아이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려고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주기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이라면 뭐든 감수했다. 놀이터나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여름 퇴양볕도 무시하고 선크림도 모자도 없이 종일 뛰어다녔던 나는 주름을 영광으로 얻은 듯해 보였다. 그리고 내 행동들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남편의 말들에 내 정신은 뭔가 총명해있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과연 내가 뭘 좋아했었는지 현재는 뭘 하고 싶은지 조차생각나지 않았다. 더욱 슬펐던 것은 15년 결혼 생활동안 정말로 내가 행복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의 인생의 목표는 그저 내 아이가 편안하고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지금의 폭력성과 충동성이 줄어들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장애가 있어도 사회의 일원으로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으로 잘 살아준다면 정말 여한이 없을것 같다. 그리고 남편도 자기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가족들의 아픔도 공감해 주며 아끼고 사랑해 줄 수있는 화목하고 모두가 편안한 진짜 가족이 되는 게 나의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끝도 없이 나를 희생해 와야 했다. 마음이 상한 일이 있어도 서럽고 억울해도 나는 그 감정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내 감정을 알아주고 헤아려주는 이가 슬프지만 아무도 없기도 했고 감정에 매몰될 여유조차 내게는 허락되지 않았었다. 마치 24시간 365일 병실에서 환자를 간병하는 보호자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남들에겐 나의 이 꿈이 작고 소박할 것이다. 자식을 명문대에 진학시키려는 것도 아니고 남편의 사업이 대박이 나길 바라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이러한 나만의 작은 꿈을 안고 한순간 쉼도 없이 15년을 한결같이 달려온 것은 잘한 것인지 되돌아보고 있다. 내 삶의 모습은 엄마로 아내로서 숭고한 희생정신이 낳은 아름다운 삶이었는지... 아니면 나 자신을 전혀 돌보지 못한 가학적 삶이었는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조금은 다르겠지만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것이 나의 모습인 게 객관적인 평가일 것 같다.

그나마 후회가 되지 않는 것은 가족들에게 내 것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하얗게 불태워봤기에 나를 찾아야겠다고 이 여정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결혼 후 가장 많은 희생을 치렀던 것은 맞지만 늘 내 감정과 욕구를 억누르면서 살아왔다. 가족에게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불안감에 거절하지 못하고 싫어도 내 감정을 포기하고 타인에게 맞추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진짜 내가 내 안의 깊은 곳에서 이제는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아우성치는 것 같다. 꺼내달라고 말이다. 그 첫 발걸음이 나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이고 그 발걸음을 떼면서 내가 싫어하는 거 좋아하는 것들도 하나씩 알아차려볼 작정이다. 그러다 보면 진짜 나답게 타인에게 맞추는 내가 아니라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게 될 것을 설레는 마음으로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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