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그림자 들여다 보기
모호하고 혼란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내가 잘 가고 있는 건지 저 사람의 말이 사실인지 내가 도대체 누구란 말이지?라는 수많은 질문들이 나를 흔들고 괴롭혔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 건지도 혼미하고 어지럽고 알 수가 없었다. 낮고 짙게 드리운 안갯속을 끝도 없이 헤매면서 한줄기 빛을 찾아 헤매는 꼴이었다.
가자 그냥 가보자 그러다 보면 끝이 보이겠지. 아니야 깊이 파볼까 더 아래로 깊이깊이 좁게 파다 보면 내 인생의 의미를... 답이 보일 거야. 어두운 내면을 끝도 없이 들여다보면서 우울하고 부정적인 에너지들을 흡수한다. 실제로 나에게 무수히 어둡고 정상적이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비밀스러운 폭력 속에 나와 아이는 놓였고 아무도 나를 구원해주지 못했다.
나는 내 인생을 내 아이의 인생과 함께 그냥 내던져있었다. 악마에게 팔린 것 같은 상황 속에서 나는 그저 숨만 쉬고 있었다. 아이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용을 썼다. 무기력한 엄마는 자신을 단단히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아이를 철저히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죄의식은 현실을 더 악화시켰다.
딸아이에 대한 나의 미안함과 죄책감은 양육자로서의 기준을 혼미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아이와 나 둘 모두에게 악영향을 줬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모든 것을 용서하고 내려놓기로 다짐했다. 사과 없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라고만 하는 남편을 먼저 용서하고 어떤 기대도 모두 내려놓기로 했다. 그를 미워한다고 애증 한다고 해도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고 또 어차피 괴로운 건 나뿐이다. 남편을 미워하는 부정적 감정은 더욱더 앞으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안좋은 일들만 더 끌어당길 뿐이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용서가 남아있었다. 남편보다 더 미워하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그런 남편을 애증 하면서도 놓지 못하는 나 자신이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나를 엄마로서 충분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나는 그 누구보다 나 스스로 쏟아붓고 있었다. 단순히 더 좋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질책이 아니라 나는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는커녕 협오하고 있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나를 가장 사랑해야 할 ‘내가’ 나를 가장 미워하고 있었다. 이 미움의 근원은 결혼 전부터 이어져온 것 같다. 끊임없이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어린 나, 하지만 나의 이런 마음과는 다른 현실 속에서 나는 원망 대신 나 자신을 공격하고 있었다.
못났어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싶은데 도대체 자아 사랑이란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나는 당황스러웠다. ‘나’를 어떻게 다른 사람들보다 더 우선순위에 놓을 수 있는지. 나는 ‘나’보다 늘 ‘남’이 먼저였다. 그 누구보다 나를 먼저 챙기고 사랑해 주는 그 첫 발걸음은 지우고 싶은 순간들 속에 있던 힘없던 나를 용서해 주고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그 시선은 내 내면에서 진심으로 우러나 지지가 않았다. 존재 자체의 나를 사랑해 주기는 너무 힘들지만 문득 나는 그 어둡고 무서운 긴 터널을 말없이 묵묵히 이겨준 나에게 감사와 칭찬을 해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 경험들 속에서 온전한 용서와 사랑은 못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나를 버리진 않았으니깐 말이다. 나를 협오하고 미워하는 순간에도 내 상위자아는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는 엄격했지만 동시에 자가치유는 잘 해내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의식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런 놀라움을 나는 오늘 이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한없이 약하고 말 한마디에 마구 흔들리고 어리석다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보다 나는 더 강하다는 걸 알게 된 것에 잘 버텨준 나 자신에 감사하다. 그리고 조금씩 나를 봐주고 채찍보다는 응원을 평가보다는 따뜻한 시선을 보내기로 강하게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