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여정-발걸음 4

온전히 나 받아들이기

오늘 나는 아는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이 있었다.


아는 지인에게 무언가를 물었는데 내가 잘 이해가 안 돼서 재차 물었다. 상대는 반복되는 나의 질문에 큰 소리로 화를 냈다. 순간 울컥했지만 상대의 강한 어조에 기가 죽어 왜 그렇게 화를 내냐고 따지지도 못했다. 그냥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바보처럼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참았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나 때문에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그것도 참았다.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동행 중 한 명이 내게 위로의 말을 했다. 순간 참았던 눈물이 제어가 안되어 흘렀고 그걸 본 사람들이 당황해했다. 특히나 내게 화를 냈던 사람이 자기변명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자기는 t여서 그런 거고 인상이 강해서 그런 거고 성형을 해야 하나.. 등등


당장은 미안해한다는 것은 알겠으나 결론은 본인은 소리는 질렀으나 화낸 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자리를 대충 마무리하고 먼저 일어나 나왔다.


그리고 오늘 종일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나는 내가 많이 단단해지고 밝아졌다고 자부해 왔다. 주변 사람들의 평도 그랬고 구부정하던 나의 어깨가 조금 펴진 걸 보고 그렇게 믿었던 것 같다. 물론 맞기도 하다. 나는 과거의 나에 비하면 표정도 밝아지고 자신감도 조금 붙은 건 사실이다.


하. 지. 만 오늘의 작은 사건에 할 말도 못 하고 참다가 남이 챙겨주니 눈물만 보였던 나를 보니 아직도 내 안에 털어내지 못한 감정들이 많이 있는 듯하다.


나는 눈물이 조금 사그라들자 분노가 치밀었다. 그 분노라는 것도 결국 내 머릿속에서만 일어났지만 상처받은 나에게 나는 동정이나 위로가 아닌 화가 났다. 왜 너는 그것밖에 안되니?라는... 억울하면 같이 싸우던지 아니면 사람 좋게 쿨하게 웃어 넘기 던 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바보 같다고...


내게 상처 준 사람일지라도 미워하고 싶지 않고 다툼 없이 잘 지내고 싶었던 나는 늘 잘못을 내 안에서 찾는 버릇이 있다. 내 탓이요~라는 슬로건이 유행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좀 지나친 면이 있다. 나에 대한 화가 조금 가라앉자 내 마음속 구석구석 숨어있던 설움들이 올라왔다.


아이가 16살이 됐지만 나는 여전히 독박 육아 중이고 부부가 함께 살고 있지만 함께 가 아닌 거 같아 늘 외롭고 사람들의 냉대와 혐오감을 모르는 못 본 척 살아야 하고 내가 죽어야만 끝나는 이 책임감과 부담감이라는 짐에 얼마나 내가 짓눌려 살고 있는지 보였다.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나 많다. 나 좀 도와줘요! 나 힘들어 죽을 것 같아! 하고 소리치고 싶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도 기대지도 못하는 내 처지가 선명히 보였다.

내가, 전혀 괜찮지 않은 나를, 힘든 내 감정들을 켠켠히 쌓아두고 덮어두고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겉으론 우울증세나 불면증이 없으니 나는 괜찮은 거야 자위하면서 말이다.


근데 나는 여전히 괜찮지 않다.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고 상처받았고 그 상처들이 고스란히 내 가슴속에 남아있다. 슬프고 여린 내 상처들은 무의식 속 깊은 곳에서 내내 울고 있지 않았을까?

애써 부정하고 회피했던 감정들, 부정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 자리에서 존재감을 지우지 않았던 감정들... 그 감정들은 내게 무슨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나의 부모님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보다는 자신들의 필요를 채워졌을 때 나에게 관심을 줬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무엇인가를 해야만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던 것 같다. 그러한 마음으로 살다 보니 싫어도 좋은 척 맞추게 되고 그 과정에서 더 상처받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mbti로 대문자 f 인 나는 조금만 가까워지면 상대로부터 강한 정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내면에 적정한 선을 긋지 못하고 내가 불편하더라도 뭐든 다 퍼주려 하고 배려해주려 한다. 그리곤 내게 정을 받은 상대가 나를 더욱 너그럽고 따뜻하게 대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같다. 근데 그런 나의 바램에 미치지 못하면 너무나 서운해하는 것 같다. 너와 내가 가까운 사이인 줄 알았는데 내 생각이 틀렸구나 하며... 나는 사람 간에 정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에 적정한 선을 긋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나의 이런 마음이 남편을 포함한 가족(시댁, 친정 포함)에게는 너무나 잘 안 돼서 나를 많이 힘들게 했던 것 같다.


나는 나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나의 내면을 위로해주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무한정 정을 주며 의존하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만큼 사랑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 사랑은 타인이 내게 줄 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베풀었어야했다.

나는 오늘 이렇게 다시 한번 나를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자기 사랑을 실천할 깨달음을 가졌다.


그래서 나는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 슬퍼하지 않고 확언하기로 했다. 비록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내 아픈 감정들까지라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한다고! 뭘 못하고 못나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한다. 내 부모님도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진 못하셨지만 그건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분들도 그런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이해한다.


나는 빠르게 내면이 건강해질 것을 재촉하기보다 하나하나 나를 들여다보며 성찰할 것이다. 깊이 있게 촘촘하게... 그러다 보면 진정한 나 자신에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될 거라 믿는다.


오늘의 작은 서운함이 나에게 큰 의미가 되어서 오늘도 감사한 하루가 되었다. 내게 상처를 준 그 지인에게도 축복을, 나에게도 축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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