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여정 6

나를 묶고 있는 생각의 쇠사슬 끊기

눈치를 보고 상대의 기분을 맞추고 그가 좋아하는 내가 되려고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싫은 내색이 비치면 알아서 조심하고... 내가 하고 싶은지 아닌지는 어느 순간에나 중요치 않았다. 내 행동의 결정권은 언제나 남편에게 있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그에게 사랑과 공감, 인정을 갈구했다. 내게 돌아온 것은 살의 번뜩이는 분노와 무시와 정서적 학대, 외로움뿐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도 변할 것이라 기대했다. 내가 끝도 없이 맞추다 보면 분명 그가 감동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 달리 그는 감동을 받기는커녕 불평불만에 물아치는 비난일색일 뿐이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을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모든 욕구를 채워줄 수 없고 그는 무엇으로도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끝도 없는 구렁텅이에 넣은 그를 그래도 여전히 사랑했고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가 아무리 나를 함부로 대해도 그는 나의 남편이고 아이 아빠고 가족이니 그럴 권리가 있다고 믿었다.


과연 그럴까? 가족이면 함부로 대해도 당연한 걸까? 편한 사이니깐. 어차피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너는 떠나지 않을 사람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는 그 심보가 나쁜 걸까? 아니면 무시당하는걸 알라면서 허용해 준 내가 나쁜 걸까?


결론은 둘 다 나쁘다 에 다다랐다. 자기 스스로를 무시하는 것도 타인을 무시하는 것도 똑같이 나쁜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인생의 결정권을 남편에게 오롯이 넘겨준 내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나 자신에게 물었다. 왜 너는 너를 그렇게 무시당하도록 방치했니? 너는 왜 타인에게는 따뜻하고 관대하면서 너 자신에게는 인색했니?


이제는 과거 어린 시절에 사랑과 인정을 덜 받고 자랐다는 구태의연한 이유를 대고 싶진 않다.


근데 생각해 보니 또 나에 대해 질책하고 있었다. 또 몰아세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그냥 사랑이 많아서 아니면 무기력했던 , 이유가 어찌 되었건 그 당시엔 그게 좋을 거라는 판단으로 한 행동을 계속 비난한다면 도대체 나는 누구에게 위안받을 수 있을까 싶었다. 못나 보이고 부족해 보이지만 이런 나를 남들을 이해하려고 했던 마음으로 끌어안아보기로 했다. 나를 객관적으로 제삼자처럼 남의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그러고 보니 한없이 못나보이고 맘에 안든 나는 가엾지만 단단해 보였고 강하다 여겼지만 실제로는 미성숙하고 이기적인 남편이 보였다. 삐딱한 성격의 남편이 무섭다 못해 불쌍해서 안아주려 애썼는데 지금 보니 불쌍한 건 그런 남편을 신처럼 떠받들면서 사랑을 갈구하는 나였다.


그렇다고 자기 연민에 빠지진 않았다. 과거의 나의 선택을 통해 지금의 단단한 나를 만들었고 가치 없는 순간은 없었을 거라 믿는다. 물론 조금 더 빨리 깨달았다면 나도 아이도 덜 고통받았을 거란 아쉬움은 분명 있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지난 일에 매여 후회감이 나를 괴롭히는 것만큼 한 발짝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없으니 말이다.


나는 아직도 성장엔 현재진행형이고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배우자와 한집에서 공존한다. 내가 어떤 상처를 받았을지 인정조차 없는 사람과 그냥 살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가 없는 시간에도 그의 그늘에 있었다. 그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 남편이 알면 싫어할 테니 하지 말아야지 등등 그는 나의 머릿속에서 마음속에 살아서 나를 조종한다. 그 조종의 끈을 놔버려야 한다. 그래야 나는 진정으로 자유로월 수 있고 그의 통제와 간섭, 무시가 멈춰질 것이다.


나는 마치 서커스단에 끌려와 쇠사슬에 묶여 조련당하는 아기 코끼리와 별반 다를게 없는 인생이라 느껴진다. 그 아기코끼리는 어릴적부터 학습된 통제와 조련때문에 어른이 되어서 힘이 세어져도 그 쇠사슬을 끊을 생각을 못한다고 한다. 인간은 그래서 거대한 코끼리를 그런 방식으로 조종한다. 실제로는 자기 발목을 묶은은 그 쇠사슬보다 자기를 조련한 인간들 보다 훨씬 힘이 세다는 진실을 깨닫지 못한채 서커스의 꼭두각시로 살아간다. 이 얼마나 슬픈 진실인가?


이 진실을 지금의 내가 모르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남편의 오랜시간 내게 주입시켜 놓은 말들! 너는 잘 하는게 있긴 하니? 넌 할 수 없어! 너는 나 없인 아무것도 아니야! 라는 말들이 무섭게 쇠사슬로 나의 마음을 꽁꽁 묶이두었던게 아닐까?


나는 이제 더 이상 힘 없고 어린 아기꼬끼리가 아니다. 나는 이 쇠사슬을 끊고 나갈 힘을 되찾고 있고 방법도 깨달아가고 있다.


시간이 좀더 걸릴 수 있겠지만 이제는 정말 더 이상은 꼭두각시가 아닌 진짜 내 인생을 사는 나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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