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기상천외한 답이 사이다 같은 큰 웃음을 선물하기도 하는데, 이 글을 읽고 비슷한 사건이 떠올랐다.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는데,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 첫 상담이 있던 날이었다. 새 학년에 올라가고 얼마 안 돼 진행되는 1학기 상담이었기에 조금 긴장한 채 교실로 들어갔다. 담임 선생님은 화통한 성격이셨는데 아들의 수업 태도와 교우 관계 이야기를 나누다 말고 대뜸 물으셨다.
“그런데 어디 사세요?”
“네?... 저, 학교 앞 00 아파트인데요. 왜요?”
“근처에서 공사를 하나요?”
대화는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내가 대답을 어물거리고 있는데 선생님이 아들의 활동지를 꺼내며 얘기하셨다.
“수업 시간에 했던 건데요. 대답이 너무 의외여서요.”
거기엔 이런 질문이 적혀 있었다.
‘집에서 자주 듣는 소리는?’
그 아래엔 아들 필체의 글씨가 당당하게 적혀 있었다.
‘공사하는 소리’
사실인즉, 질문의 의도는 가정에서 부모에게 자주 듣는 말을 묻는 거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평소 엄마에게 자주 듣는 잔소리를 폭로하는 부분이었는데, 우리 아들만 ‘공사하는 소리’라는 동문서답을 했으니 활동지를 보는 선생님이 어이가 없으셨을만하다. 그즈음 이사 오는 사람들이 인테리어 공사를 하느라 아파트 건물 전체에 드릴과 망치 소리가 가득했었다. 당시 선생님 앞에서는 민망했지만, 나는 한동안 아들의 엉뚱한 대답을 떠올리며 남편과 웃을 수 있었다.
그런데 몇 년이 흘러 우연히 보게 된 책에서 교육전문가는 ‘드르륵’이라는 답변을 창의적이라고 했다. 고정관념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아이들의 능력이라고. 평소 눈치 없고 곧이곧대로 생각하는 아들의 성정이 걱정이었는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창의력일 수도 있겠다는 뒤늦은 위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