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수술 후 4년, 완치까지 긴 여정..

죽음의 문턱에서 음식이 찾아준 일상

by 김혜자


아프다는 소리 한번 안 하던 남편이 아무도 없는 집 문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한 시간 만에 깨어났습니다. 병원 CT 촬영결과 심장이 심각한 상황이라 지방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하며 서울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 다시 쓰러지면 영원히 일어날 수 없으니 수술하기 전에는 조심 또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생명을 살릴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당시 코로나는 전국을 짓눌렀고, 다행히 생명의 은인이신 과장님 덕분에 서울 세브란스 심혈관센터 홍교수님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당장 움직이는 것도 위험한 남편을 부축하고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서울로 가는 KTX에 올랐습니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서울 하늘은 제 마음처럼 잿빛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이 사람이 쓰러지면 어쩌나 불안에 떨며, 병원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모든 검사는 다했습니다.


"담당 교수님 덕분에 수술은 입원 후 이틀 만에 진행되었습니다. 상태가 심각하여 수술이 어렵긴 했지만,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남편이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저는 잘 곳이 없어 서러움을 삼키며 의자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코로나 시국이라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만, 매일 밤 혹시나 숨을 멈출까 봐 귀를 바짝 대고 숨소리를 확인하는 것이 저의 간절한 일상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이 사람 죽지 않게 해 달라고'제가 평생 수족이 되겠노라'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담당 교수님께서는 심하게 움직이면 심장이 터질 수도 있다는 무서운 경고를 하셨습니다. 수술 후 식사도 잘하고 조금씩 운동을 했지만, 진짜 문제는 퇴원 후 시작된 '음식과의 전쟁'이었습니다.

약물(와파린) 복용 기간인 6개월 동안은 음식 섭취가 극도로 제한되었습니다. 특히 와파린의 효과를 저해하는 비타민K가 풍부한 녹색 채소는 일절 금지였습니다. 시금치, 청국장은 물론이고, 무생채. 생선회 등 금기식품 너무 많아서 남편에게 좋은 것을 먹여야 하는데 안 되는 것이 태반이라 스트레스가 극심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안전한 보양 식단을 만들기 위해 집중했습니다.


다행히 전복, 낙지, 문어, 생선.. 등은 섭취가 가능했기에 이를 중심으로 식탁을 채웠습니다. 또한 음식과 함께 병행해야 할 것은 걷기 운동이었습니다. 감기라도 걸릴까 목도리를 둘러메고 소변통까지 들고 집 밖을 나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 결과, 몸무게는 이전처럼 돌아왔고, 저희는 희망이라는 결실을 조금씩 맺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6개월 후,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할 것이 없으며, 와파린도 끊고 집 가까운 병원에서 주기적인 검사를 받으라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와파린을 끊고 나니 세상이 날아갈 듯 가벼웠습니다. 음식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이제 아무거나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금기였던 청국장 가루도 수제 요거트와 블루베리, 아보카도 등과 함께 후식으로 섭취하며 건강을 돌볼 수 있으니 더 큰 기쁨 이었습니다.

남편이 다시 태어난 지, 어느덧 네 번째 가을을 맞습니다. 우연하게도 오늘 12월 15일이 4년 전, 감기라도 걸릴까 봐 모자와 담요로 몸을 꽁꽁 싸매 집으로 돌아왔던 바로 그날입니다.


보필한 덕에 힘든 투병 생활은 끝나고, 이제 남편은 헬스장에 열심히 다니며 몸 가꾸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저는 이 길고 간절했던 과정을 통해 깨달았지요. 약물치료만큼이나, 간절한 기도와 사랑이 담긴 음식, 그리고 꾸준한 운동이 병을 이겨내는 기적을 만든다는 것을요.


저는 이 소중한 4년간의 치유 기록을 통해, 질병을 앓은 모든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식단 노하우와 희망을 나누어 주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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