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가에서 참도토리를 찾는 작은 행복
남편의 심장 수술 후 투병 기간 동안, 저는 어떤 음식이든 정성을 다해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졌습니다. 건강한 음식이 곧 가족의 치유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중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도토리묵조차도 직접 만드는 과정을 통해 남편에게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에너지'와 저의 사랑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문어, 전복과 함께 이 도토리묵을 식탁에 올릴 때마다, 제 정성까지 함께 먹는다는 느낌을 주었지요.
"우리 집 가까이의 운동 공원은 계절마다 아름다운 자연을 선사합니다. 비가 촉촉이 내리던 두 해 전 어느 가을날 길을 걷는데 개울물이 세차게 흘러가는 모습에 문득 물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울가를 따라 걷다가 잘디잔 도토리 하나가 머리 위로 툭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상수리나무 도토리만 알았는데, 이렇게 작은 도토리는 처음이라 혹시 독토리가 아닐까 의심스러웠습니다. 늘 오르내리면서도 왜 이것을 보지 못했을까요?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가시나무 참도토리'였습니다.
차분히 앉아 도토리를 줍고 있는데, 마침 잔뜩 주운 도토리를 건네주고 가신 행인 덕분에 고마움까지 느꼈습니다. 한 시간 만에 한 도쯤 되는 양을 주워왔고,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주워 모왔습니다 다행히 공원에는 다람쥐가 없어 미안함도 덜었습니다.
도토리는 주워오는 것보다 일이 많다는 것을 잘 알지만, 힘든 만큼 자연의 깊은 맛을 입에 넣을 수 있는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실 도토리묵을 쑤는 일 자체는 경험 덕분에 어렵지 않았지만, 도토리를 까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시중에는 가짜 도토리묵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 내외는 '진짜 묵'을 만들기 위해 일삼아 도토리를 깠습니다.
알이 도톰한 도토리는 제법 살이 가득 차 있어 까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우선 햇볕에 사흘간 말리는 과정부터 시작했습니다. 이곳 도토리는 약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벌레가 생길 가능성이 커서, 베란다에 넓게 펼쳐놓고 시간 나면 다듬고 걸러내었습니다.
줍는 것도, 다듬는 과정도 모두 힘든 노동이었습니다. 껍질이 많은 도토리의 경우 다른 사람들 말처럼 껍질째 갈지 않고 직접 하나씩 까기로 했습니다. 힘들더라도 두툼한 보자기를 깔고 방망이로 두들겨가며 도토리를 까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썩거나 먹지 못할 도토리들을 골라내야만 했습니다.
도토리 까기가 끝나면, 이제 '쓴 물 빼기'라는 인내의 과정이 시작됩니다. 깐 도토리를 물에 담가 물 위에 뜨는 것은 버리고 가라앉는 알맹이만 골라냈습니다. 도토리 특유의 쓴맛을 완전히 제거해야 묵을 쑤기에 편리하기 때문에, 며칠 동안 물을 부지런히 갈아주며 우려냈습니다
. 쓴 물이 빠진 도토리는 물기를 제거하고 다시 햇볕에 완벽하게 말렸습니다. 방앗간을 운영하는 친구가 "잘 말려야만 곱게 갈아진다"라고 조언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방앗간에서 빻아 온 가루는 밀가루처럼 완벽하게 고운 상태였습니다.
이제 드디어 묵을 쑤는 일입니다. 빻은 가루를 물에 불려 앙금을 가라앉힌 후, 소금과 참기름, 들기름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묵이 혹여 눌을까 노심초사하며 서울 작은엄마께 수시로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고 열심히 저었습니다.
묵을 쑤는 것은 정말 고된 '손 노동'이었습니다. 결국 도토리묵 쑤다가 팔 빠질까 봐 SOS를 남편에게 요청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묵이 완성되었습니다. 경험이 있지만 두해 동안 쉬다가 다시 하니 과정이 가물가물해 그때,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힘든 노동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두 시간 정도 서늘한 곳에 두었더니 쌉싸름하면서도 깊은 향이 그윽한 진짜 도토리묵이 완성되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고생을 할 바에야 사 먹겠다고 하거나, 저를 보고 '참 한심하고 할 일 없다'라고 하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 시중의 가짜 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둡니다.
이것이 바로 남편의 식단에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정성이었습니다. 저는 음식을 만들 때 가장 행복하고, 그 행복이 남편의 치유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완성된 묵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니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니 "도토리 참맛을 봤다"며 모두들 좋아했습니다.
이처럼 힘든 과정을 거쳐 얻은 도토리묵을 직접 만드는 과정을 많은 분들께 나누고자, 이번 달에는 센터에서 30분 동안 도토리묵에 대한 강의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건강정보>
1. 전복: 바다의 산삼, 기력 회복의 일등 공신
전복은 '보양식의 황제'라 불리며, 특히 심장 수술 후 기력이 쇠한 환자에게 최고의 식재료입니다. 풍부한 아르기닌과 타우린 성분이 들어있어 혈관 건강을 돕고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수술 후 기운이 없는 남편의 혈액 순환과 기력 보충을 위해 전복만큼은 가장 싱싱한 것으로 골라 상에 올렸습니다."
2. 도토리묵: 몸속 독소를 씻어내는 자연의 선물
도토리 속의 이콘산 성분은 몸속의 중금속과 독소를 배출하는 해독 작용이 탁월합니다. 또한, 장 건강을 돕고 열량이 낮아 수술 후 회복기 환자의 소화에 부담이 없습니다.
"직접 쓴 물을 빼고 정성껏 만든 이 진짜 도토리묵이 남편의 몸속 독소를 깨끗이 씻어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묵을 저었습니다."
3. 바다고동(고둥): 간 건강과 피로 해소의 보물
바다고둥에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며, 특히 간 기능을 돕고 시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피로를 빠르게 해소해 주는 성분이 있어 간병인과 환자 모두에게 좋습니다.
"바다의 깊은 맛을 품은 고둥 하나하나를 까며, 남편의 지친 간과 몸이 하루빨리 생기를 찾기를 기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