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뒷발에 쥐 잡혔네!

당신이 가장 멋져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by 김혜자

당신이 진짜 꼴 보기 싫었을 때가 수없이 많았습니다. 이 책장이 넘어가도록 써 내려가고 싶지만 우선 가슴에 응어리진 몇 가지만 꺼내 볼 작정입니다.


수년 전 내가 허리가 아파 움직이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나를 보고 당신은 왜 그렇게 엄살이 심하냐고!

엄살이 심해서 군대 가면 뒈지게 얻어맞을 타입이라며 재수 없게 말하던 그 입을 생각하면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정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어찌할까요.


누워만 있어야 하고, 일어나기 조차 힘든 사람한테 가장 가까이서 보살펴야 할 사람이 그렇게 모질게 말하는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원수라고 말을 해야 할지, 남의 편이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저 독한 인간 하고는, 이제는 끝이야! 끝이야 하늘을 보며 넋두리하는 그때의 내 심정이 어떠했는지요.

당신은 툭 던 지 말 한마디에 상대편이 상처를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를 전혀 모른 사람이니까요.


모처럼 홀인원 했다고 좋아하면서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할 때 당신 그 입에서 뭐라고 했나요. "소 뒷발에 쥐 잡았다고 했지요" 칭찬은 못해줄 망정, 소뒷발에 그 잽 싼 쥐를 어찌 잡을까요. 그때부터 이제는, 좋은 일이건, 궂은일이건 일체 입을 다물어야겠다고 야심 찬 다짐을 혼자 했지요.


운전할 때는 당신은 나를 눈먼 봉사 취급하고 뒤에 차 온다, 옆에 차있다. 저~기 뭐 장애물이 있다. 창문을 열어놔라. 열어 놓으면 닫아놔라.. 비 오는데 문을 왜 열어 놓았느냐.. 등등 잔소리는 때론 나를 미치게 한적도 수없이 많았죠.


필요 없는 물건 집에 쌓아놓고 버리면 다시 주워오고, 버리지 못하고 계단에 쌓아 놓은 물건에 대한 집착, 우리 집도 버려야 할 것이 산너미처럼 많은데 길거리에 쓸만하다고 주워 오면, 때론 내가 왜 거지 근성이 있는 사람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멋져 보일 때가 더 많았습니다.

하찮은 것에 수전노와 짠돌이처럼 굴면서, 주식해서 번돈, 몇 푼이라도 아내를 위해 화장대 위에 곱게 놓아줄 때였습니다.


내 생일 잊지 않고 '여보사랑해" 글 써서 돈봉투 줄 때는 정말 더 멋져 보였습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시부모 모실 때 당신은 항상 내편을 들어주었지요.


지금도 천국 가신 지 25년이 다되어 가지만 아직도 어머님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답니다.

또한 제게 효부였다며 칭찬하시고 사랑해 주신 우리 시누님들 덕택에 지금까지 힘들 줄 모르고 살아온 것은

모두가 당신이 나를 지켜준 덕분이겠지요.


당신이 멋져 보일 때가 또 있답니다.

무거운 것, 힘든 일을 못하는 내게 당신은 항상 곁에서 우렁각시처럼 해주었고, 좋은 거 있으면 나를 위해 쏟아부을 때는 , 당신은 오직 마누라를 위해 사는 사람처럼 종종 보였답니다.


처갓집 가서 섬머슴처럼 궂은 일다 해주고 말 한마디 안 한 당신!

그리고 친정어머니 아버지 병원비 대주고, 불평 없이 장인 장모 제사 모셔주며,

신김치, 신 깍두기만 있어도 반찬 투정하지 않고 쩝쩝 잘 먹어 줄 때!입니다.

수십 년간 맞벌이하면서 우리 아이들 다 보살펴주고, 알뜰살뜰 살림 챙겨 줄 때가 진정 당신이 멋져 보였답니다.


당신이 짠해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당신이 수술하고 많이 아파하고 아무거나 우적우적 잘 먹은 사람이 입맛 없다고 숟가락 놓을 때입니다.

찬바람이 불던 어느 날 건조한 눈에 흐르는 눈물 자욱이 보았을 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당신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었죠.


운동 갈 때 춥다고 바짓가랑이에 양말을 길게 덮어 씌울 때 그 뒷모습도 왠지 짠해 보였지요.

나도 해보니 따뜻하고 좋더군요.

코골이 할 때 다른 이들은 시끄럽다고 멀리 한다지만 그 소리마저 저는 짠해 보인 이유가 정녕 무엇일까요.


당신이 좋은 이유도 있답니다.

한 번씩 툭툭 던진 말에 상처 입을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거짓말하지 않고, 진실하며

오직 나를 위해 사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제 당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늙은이가 아닌 선배시민으로 그리고 말한마디 할 때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런 인격을 갖춘 당신이 오래오래 나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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