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당신의 둥근 두레밥상!

오늘의 주제는 '어머니의 두레밥상'입니다.

by 김혜자


센터에서 금방 도착했습니다. 숨도 안 고르고 가쁜 숨을 몰아가며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문맥도 맞지 않고 제 글이 맘에 들지 않아 센터에 글쓰기 강습을 받아보려고 등록을 했습니다.


글이란 생각날 때 한 줄 한 줄 써야지 예순 고개 너머 가면 까마귀처럼 잊을 수가 있으니까요. 마침 오늘 수업의 주제는 ' 어머니의 두레밥상"이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어머니의 따뜻한 밥상 위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휴대폰 속의 어머니 사진을 찾다가 선생님의 말씀에 머리를 한대 맞은듯 멍 해진 순간입니다.


안경 끼신 분이 저의 어머니이십니다.

'김혜자 선생님 ' 수업시간에 뭐 하시나요? "어머니 두레 밥상"을 쓰라고 하셔서 사진을 찾는 중이었는데, 밥상옆에 사진이라도 끼워 볼 생각으로요.


그날 저는 선생님께 한방 얻어맞았지요, 밖에는 비까지 추적되면서 내리고 있었지요, 마음도 심란하고 어머니 생각까지 나서 막 울고 싶었습니다. 목이 메어 흐르는 눈물을 그저 꾹 삼켰지요.


옛날 어렸을 적에는 이웃도, 저희 집도 마찬 가지였지만 둥근 두레 밥상으로 온 식구들이 옹기종기 먹었으니까요! 그땐 저희 육 남매, 삼촌, 고모까지 열세명의 대식구였지요. 집안 일하는 일꾼까지 열다섯 명! 그렇지만 서로 먼저 많이 먹으려고 싸우거나 다툰 적은 없었습니다.


다들 고생하고 먹을거리가 풍부하지 않은 시절이라서 동네 친구들은 끼니때가 되면 아웅다웅 밥그릇 싸움도 하고, 자식 위해 부모님들은 당신 입에 밥숟가락 넣기가 아까우셨을 테니까요.


유년시절 대가족에서 자란 저는 항상 작은 엄마 집이 부러웠습니다. 그 집은 식구가 단출하게 모두 다섯 명이었었습니다. 그때부터 야무지게 다짐했지요. 식구 많은 집에는 절대 시집을 가지 않으리라.


그리고 우리 엄마처럼 자식 많이 낳지는 않겠다고요.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옛날 속담을 가슴속 깊이 새겨 둔적도 때론 있었습니다..


제, 유년시절은 다른 집보다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밥그릇 다툼을 해본 기억은 나지 않네요.

드물게 나오는 참기름 듬뿍 발라 맛나게 구운 김! 밥 위에서 모락모락 피어난 노란 달걀찜! 바지락, 꼬막, 고소한 병어구이! 그때 구운 병어는 어쩜 그렇게도 맛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맛을 잊지 못해 열심히 병어 구이도 하고, 찌개도 해 먹는답니다. 지금도 저희 식탁은 '그 시절의 계란찜'이 주메뉴로 등장을 하지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계란찜이니까요.


두 해 전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어머니는 가셨습니다. 목이 메어서 글을 쓰기가 어렵네요.

어머니 친구들분들을 모셔서 차려드렸던 둥근 밥상을 얘기하려다 보니 사설이 길게 늘어졌습니다.


그때 어머니와 친구분들을 위해 제 솜씨를 성의껏 발휘했습니다. 냉동실을 뒤져서 커다란 돔구이도 하고, 낙지는 삶아서 녹색이 짙은 미나리에 고추장에 식초 생강 마늘 넣어 버무려 입맛 돋우게 만들었습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신 달걀찜도 커다란 대접에 예쁘게 차리고, 콩밥도 고슬고슬 하니 지어내고,

손님이 오셨으니 찰밥까지 맛있게 해 드렸습니다.


집에서 가져온 단호박은 찜기에 찌고 먹기 좋게 믹서기에 갈고 찹쌀가루에 강황까지 넣었더니 예쁜 노란 호박죽이 되었습니다. 당뇨가 있으신 어머니를 위해 설탕은 넣지 않았지만 맛이 훌륭했습니다.


어머니 친구분들은 난리 셨습니다.

"너는 공부만 했는데" "어째 그리도 반찬을 맛깔나게 잘하니!

"엄마 닮아서 예쁘다는 둥 음식을 잘한다는 둥".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춘다는 말이 딱 들어 맞는 순간입니다.


저는 그 말이 맞겠지 하는 확고한 신념까지 갖으려니 입꼬리가 그냥 저절로 올라가는 중이었습니다.

친구분들의 칭찬이 대단하셔서 더! 더! 신이 나서 열심히 맛난 것을 대접해 올렸습니다.


그날 가장 인기 있던 음식은 " 단호박죽"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딸 자랑에 기세등둥 하셔서 ,

그분만의 애창곡인 '들고양이들'의 "마음 약해서"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 약해서 잡지 못했네 돌아서는 그 사람


혼자 남으니 눈물 나네,


마음 약해서 가고 나면 그만인 것을.


"아~ 내 마음 약해서 잡지 못하고 울었네"


79년도에 유행했던 가사 하나 잊지도 않고 구성지게 뽑아내셨습니다.

2년 전 여름 친구분들과 함께한 마지막 어머니의 둥근 밥상입니다.


오늘은 둥근 밥상 때문인지, 더 슬프고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제 눈에 또다시 찬 이슬이 맺힙니다.



꿀팁: 단호박죽 만들기

삶은 단호박을 강황 한 스푼 넣어 믹서기에 갈아서, 찹쌀가루 넣어

약불에 서서히 저으면서 익히면 됩니다.

2년 전 전사진을 촬영을 못해서 근래에 팥 넣고, 새알 빚어서 놓아 끓인 팥죽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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