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남편이 최고랍니다.
"사람들은 우리 부부를 보고 '잉꼬부부라고 합니다. "어디를 가든 실가는 데 바늘 가듯,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겠죠." 헬스장도, 바닷가 거닐 때도, 뒷동산에 오를 때도 우린 항상 같이랍니다.
도서관까지도, 제가 혼자 앉아 책을 보고 있으면 남편은 저도 모르게 뒤에서 책을 보고 있답니다. 뒷산은 혼자 가면 사람이 무서워서 혼자 못 가고요.
해변가는 혹여 사나운 개와 마주칠까 봐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냅니다. 제게 짐승들은 인정사정없이 달려들어 상처를 입히는 공포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한 적이 있어서요. 몇 해 전에 등대 공원에 큰 개 몇 마리가 휘젓고 다닌 적이 있었어요. 그때 심장이 내려앉아 기절할 뻔했습니다. 옷이 젖는 줄도 모른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벌벌 떨었던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오금을 떨리게 합니다.
커다란 개 몇 마리가 공원을 휘젓고 다닌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지금도 심장이 콩닥콩닥 거립니다.
이것이 제가 등대 공원을 남편과 함께 다닌 이유랍니다.
그리고 더운 여름에 도서관에 같이 간 이유는 적절한 사정이 있지요. 집에 있으면 가스, 전기료가 많이 나오고 물값도 절약할 수 있으니까요. 추운 겨울에도 마찬 가지랍니다.
집에 하루 종일 있으면 난방비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죠. 도서관 가면 집보다 따뜻하고 좋은 책들이 가득해서 맘도 편하고 차분히 독서할 분위기라서요.
몇 해 전 그러니까 2년 전 더운 여름날이었죠. 저희는 거의 정보센터에서 살다시피 했지요.
거기는 시원하지요. 컴퓨터 배우지요. 너무 좋아요 도시락 싸가지고 가서 아침에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부도 하고 심신을 단련했지요.
제 속사정을 모른 분들은 밥까지 싸가지고 산으로 바다로 도서관으로 같이 다니니까, 진짜 잉꼬부부인 줄 압니다. 헬스장에서 얼마 전 어떤 분은 탄복하더라고요.
'어쩜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붙어 다니냐면서' '본인은 집에서 같이 보기만 해도 지겹다나요'!
그래도 그건 아닌데, 아무리 미워도 부부가 최고인데 혼자서 넋두리를 했지요.
얼마 전 남편 손이 거칠어서 손등에 핸드크림 좀 발라 주었더니, 남들 눈에는 지극한 정성으로 보였는지
갑자기 운동하신 남자분이 '엄지 척'을 하더라고요.
정말 별거 가지고 엄지 척을 하시니,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가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
남편이 혹여라도 다시 쓰러질까 봐, 밤 잠든 사이 숨소리가 멈출까 봐, 두려운 이유는 남편에 대한 애정인지.. 집착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잔소리하고 화가 나면 한 번쯤은 '앞으로 따라다니지 마라고 꽥 소리를 지르기도 하죠.'
그렇지만 큰 아픔을 딛고 일어나 옆에서 서성거린 것만 해도 저에게는 남편이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된답니다.
어제저녁 " 남편과 일찍 사별한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자식보다 남편이 최고라고 하더라고요
맞습니다. 자식은 그냥 버팀목이죠. 때론 걸림돌일 수도 있지만, 이 세상에 남편만큼 소중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미우나! 고우나! 내 남편이 최고 중의, 최고입니다.
이제는 40여 년간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으니 서로 아끼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이 부부 아닐까요.
누군가는 우리를 잉꼬부부라 부르지만, 우린 그저 서로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오늘 하루라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는 중입니다.
경주 LAM HAM Hotel 호수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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