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환우의 괴롭힘에 또 보따리를 쌌다.

터널의 끝은 있었다. 파란 하늘이 드넓게 펼쳐있다.

by 김혜자

4인실에서 2인실 , 젊은 군인 친구가 있어 좋았다.

그 친구는 어머니 안녕하세요. 인물도 키도 다 멋있는 대한민국의 청년이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보였다.


그 청년은 빨리 낫기 위해 돈 많이 드려 2인실을 선택했다고 했다. 돈타령을 열심히 하면서 청년은 불만을 토로했다. 그저 집안 형편이 어려운 청년인가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앞섰다.


병원에서의 밥.. 불편함을 호소하더니 갑자기 병실에 히터를 확 끄고 바람 같이 사라졌다. 그러려니 했다. 혼자서 왔다 갔다 하더니 과자 씹어 먹는 소리가 쩝쩝 났고, 여자친구인지 동생인지 와서 열심히 떠들어 대고, 대머리 남자가 오더니 병실인지 식당인지 분간이 없 소리쳐 웃고 옆사람은 있는지 없는지 분간이 없다.


다행히 이 시점에서 남편의 머리 통증과 열은 잡혀서 크게 걱정할 사항은 아니다. 소변통을 비워야 해서, 통증테이프 교체 때문 10시 전에 두번 호출 버튼을 눌렀다.


젊은 친구는 그날밤 9시쯤인가 병실 소등까지 끄더니 혼자서 계속 왔다 갔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그리고 답답하다더니 히터까지 끄고 방문을 열고 나갔다.


그러려니 하고 밤 12시가 되어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났다. 소등을 켜지 않았고 간이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 친구가 잠에서 깰까 봐 조심스럽게 행동을 했다. 소변통 비우기 위해 간호보조원이 두 시간마다 들락 거리면서 소등을 켰는데도 나는 잠들어서 인지를 못했.


2인실에서 하룻밤 , 4인실보다 불편했다 히터를 꺼버리곤 해서 추웠다. 다음날 아침 잤느냐고 물었더니 "아줌마가 왔다 갔다 하고 불을 껐다 켰다 해서 한숨도 못 잤잖아요!" 간호사가 다녀간 것임에도 그는 막무가내로 나를 몰아붙였다. 간호사였는데 얘가 머리가 이상한 사람인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2인실에서 이틀째 담당 간호사 선생님께 의논하려다 월요일 퇴원인데 싶어서 참았다. 오후 8시쯤에는 병실 화장실 문이 잠겼다면서 내 탓을 했다. 화장실이 멀어서 병실 화장실을 처음 썼는데,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나오다 밖에서 오는 그 친구와 마주쳤다. 한글 모르냐고 "여기는 환자만 이용합니다". 또박또박 읽어주었다. 이전에도 사용하지 않았냐면서 소리 질렀다. 처음인데 왜? 고양이 앞에 쥐처럼 꼼짝 못 하고 미안하다고, 참을 만큼 참았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는데, 남편이 신경을 쓸까 봐 그저 숨죽이고 있는 것뿐이었다.


불도 맘대로 켤 수 없고 난방도 그렇고 많이 불편했지만, 이제 퇴원인데 무엇인들 못 참을까! 혼자 넋두리를 했다. 밤 12쯤 눈 좀 붙이려 하는데 커튼을 확 져치면서 얘기 좀 합시다! 남편이 놀랄까 봐서 알았다고 서둘러 복도로 나갔다.


팔짱을 끼더니 갑자기" 군사 기밀을 민간인이 왜 빼내냐고", "남자만 있는 방에 왜 잠을 자느냐고", 보따리 싸서 당장 나가라고 했다. 냄새 풍기면서 왜 병실에서 밥 먹냐고 노려 봤다. 간호사들한테 말하지 말고 사라지라고 했다.


자기 방에 와서 도둑질 했다면서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서, 하라고 했다. 전직교사 운운 하면서. 횡설수설하는 그의 눈빛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냥 남편을 방에 두고 휴게실로 왔다. 잠을 한숨도 잘 수가 없어서 병실로 들어오는데 그 친구가 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오더니 당장 51 병동에 병실이 없으니 61 병동으로 옮기라고, 간호사한테 말하지 말고 조용히

사라지라고 했다. 간호사들이 알면 자기를 나쁜 놈 취급한다면서 비밀을 지키라고 눈을 부랴렸다.


간호사 실로 갔다. "저 환자 조현병 이죠" 간호사는 대답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 뇌출혈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환자를 그런 환자와 방을 같이 쓰게 하다니? 분통이 났다. 그 친구는 간호사들한테 내가 도둑질했다는 둥 군사 기밀을.. 이미 헛소리를 한 상태였다.


그 친구는 아저씨는 보호자가 필요 없다고 간호사한테 들었는데 왜 간병을 하냐고 따졌다. 참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조현병 환자와 말을 섞어봤자 큰소리만 날 것 같아 그냥 묻었다.


간호사는 말을 무시하라고 했다.새벽 네시 휴게실로 나와 서성이며, 잠 잘 수도 없고 내 몸은 이미 지친 상태다. 남편한테 해꽂이 할까 봐 간호사한테 얘기했더니 절대 그러지를 않는다고 한다.


책임질 수 있냐고 했더니 대답도 없이 가만히 머뭇거려서 당장 방을 옮기라고 했더니 환자는 자기들이 알아서 할 테니 보호자 없어도 된다면서 집에 가셔도 된다고 했다!


내 몸 던져서 구한 사람인데, "조현병" 환자옆에 두고 집에 가서 편히 쉬라고, 울산병원에 신뢰가 깨지는 한 순간이었다. 무슨 이런 병원에 저런 간호사가 있을까! 정말 사람이 생긴 거하고 같이 논다는 말이 맞다.


무슨일 당 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고 다그쳤더니 그건 못한다고.. 당장 방 옮기라고 한후 우리 둘은 휴게실에서 아침식사를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 문 앞에 환자 NR 검색"


"차트나 침대에 적힌 NR은 보통 의학 용어로 Neurology(신경과)를 뜻함 환자는 뇌 질환이나 신경계 문제로 입원한 환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섬망(Delirium) 혹은 망상: 뇌 기능의 일시적 장애나 신경계 질환으로 인해 없는 사실을 믿거나(군사 기밀 등),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 환자는 지금 제정신이 아닌 상태(병적 증상)에서 아무 말이나 하는 것입니다. "

다인실로 이사했다.

5인실이다. 아늑했고 8십대 노인 환자 두 분이 계셨다.

2인실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잠도 못 자서 다리가 휘청거린다. 딸이 구워온 고기를 많이 먹었다.


첨으로 다섯 번째 이사한 방에서 꿀잠을 잤다. 사흘 전부터 남편은 통증도 열도 없고 정상이다. 이렇게 시간은 우리 내외 에게 축복의 선물을 주었다. 밖을 보니 푸른 창공이 펼쳐 있었다.

병원 복도에서 올려다 보이는 푸른 창공

푸른 하늘이다. 이제 긴 터널은 끝이 났다.

잠시 딸에게 아빠 간호를 맡기고 집으로 왔다. 발길이 깃털처럼 가볍다. 남편이 퇴원하면 정리 라도 해놓을 겸, 오늘은 머리가 하늘까지 닿도록 펄쩍 뛰었다! 만세! 만만세


월요일 아침 혹여 변비라도 생길까 봐 식전간식을 챙겼더니

다행히 변비는 없다.

중환자실에서 나온 후 아침식전 간식. 전복 토마토 사과
동생이 보낸 낙지

월요일 아침 식사하고 CT 찍고 이제 과장님 호출 시간이다.

소변줄도 빼고 비뇨기과에서도 퇴원하셔도 된다고 하셨다.

12시쯤 호출, 과장님께서 "다 나았는데요, 퇴원하셔도 됩니다"

나를 힘들게 했다 2인실

그 한마디 이제 살았구나!

이렇게 열 이틀간의 긴 터널은 끝이 났다! 과장님께 부탁드렸다. 며칠간 더 병원에서 있고 싶다고, 119구급차로 오던 그날 화장실에서 뇌진탕 일보직전에 구한 남편,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열이틀 간의 긴 터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끝은 있었다. 하늘은 파랗게 펼쳐 있었다.
박현석 과장님 감사합니다.


사선에서 만난 '신의 손', 박현석 과장님께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다시 지펴주신 분이 있습니다. 바로 '신의 손'이라 불리는 박현석 과장님입니다.

사경을 헤매던 남편을 다시 제 곁으로 돌려보내 주셔서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 오전 회진 때 뵌 과장님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당신의 안위보다 환자의 숨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시는 그 고귀한 뒷모습을 보며, 진정한 인술(仁術) 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 달았습니다.

과장님 헌신 덕분에 저희 가족은 오늘 다시 희망을 꿈꿉니다.


과장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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