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는 기억보다 선명하게 남아.

오크의 뜨거운 물이 내 발등을 강타했을 때..

by 김혜자

몇 해 전 나의 조심스러움 없는 탓에 수증기를 빼지도 않고 오크의 뚜껑을 열어 100·c의 물이 발등으로 쏟아져 엄청난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


화상을 입던 그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찬물에 오랫동안 열기를 빼지 않는 탓과 약사의 괜찮다는 안일하게 답하는 태도에 고생을 많이 했다.


화상입을 당시 바로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데 귀중한 타임을 놓쳐버린 나의 무지로 인한 탓이었으리라! 약국에서 사 왔던 거즈로 된 소독된 약품에 의지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룻밤 지나고 나니 물집은 발이 터질 정도여서 울산대학 병원에 갔는데도 화상치료가 안되어 멀리 부산 화상 전문 병원에서 치료하고 동네 외과에서 두 달 정도 치료한 참 끔찍하고 생각도 하기 싫은 사고였다.


화상 입을 당시 찬물에 담가 확실하게 열기만 뺐으면 되는데 그것을 하지 못한 탓에

저녁 내 ~내 발등은 열이 났으며 밤새워 앓이고 잠을 설쳐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비닐봉지로 묶는 샤워장에서의 어려움과 신발을 신지도 못할 정도의 아픔을 이겨내야 하는 끔찍한 고통이었다.


발등 상처는 한쪽 발과 비교하면 아직도 상처 자국이 심하게 남아있다. 다행히 발등이어서 노출이 심하지 않지만 얼굴이었다면 평생 트라우마를 가져야 하는 크나큰 생채기였을 것이다.


그 사고 이후 불이 있는 곳, 뜨거운 물건이 있는 곳은 무서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주위에 화상을 입은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부엌에서 명절에 튀김을 하다가 얼굴에 화상을 입은 흉터, 냄비에 덴 팔상처, 주방은, 어쩌면 아무도 모르는 사이 호시탐탐 주부의 안전을 노리는 위험한 전쟁터가 될 수도 있다."


"가정 내에서도 완전한 안전지대는 없다. 특히 부엌은 늘 불과 함께하는 곳이라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부족함이 없다. 나 역시 요리를 하면서 간혹 가벼운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빠르게 대처한 덕분에 큰 흉 없이 치유될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예기치 않는 사고가 빵 터졌다. 뜨겁게 끓여 놓은 토마토를 생각 없이 믹서기에 넣어서 버튼을 누른 사이 토마토가 여지없이 뚜껑을 뚫고 나와 내 얼굴을 강타했다.


안경을 썼던 탓에 눈은 공격당하지 않았고 즉시 찬물로 열기를 빼고 얼음주머니를 꺼내와서 한 시간 넘게 열을 빼내었다. 거울을 보니 얼굴 전체가 완전 잘 익은 토마토로 빨갛게 변했다.


수년 전에 사건이 엄습해 왔다. 그때는 얼굴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는데 응급실을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다시 얼음찜질을 30여분 한 후 상시약인 화상약과 바셀린을 꼼꼼히 발라 주어서 화끈한 느낌이 덜했다.


천만다행으로 세 시간 정도에 얼굴색은 돌아왔고 콧등은 다급해서 응급처치를 못해서 그런지 물집이 조금 생겼는데 닷새정도에 상처가 아물었다. 상비약을 준비한 것과 열기를 뺀 덕택에 구사일생( 九死一生)으로 내 얼굴은 보전되었다.


오래전 학원에서 일할 당시 학부모와 상담 중에 큰아이가 커피포트 물에 데인적이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파 우는 아이의 옷조차 벗기지 않고 무심하게 넘겼었다. 왜 그때 나는 그토록 무지하고 잔인했을까. 지금 성인이 된 딸의 몸에 고스란히 남은 흉터를 볼 때면 미안함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


엄마 탓 한번 하지 않은 착한 딸이기에 그 미안함은 더 깊은 통증으로 남는다. 화상을 입은 아이를 찬물에 열기를 빼주지도 않았고 응급처치를 해주지도 않았다. 그 당시를 회상하면, 커피 포트에 끓은 물만 보아도 섬뜩하고, 화상을 입어 그토록 우는 아이를 무시한 사람이 과연 엄마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궁금하다.


지금 성인이 된 나이에도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아이 혼자서 얼마나 아팠을까 짠하고 가슴 아프다. 딸은 어렸을 적 아픈 추억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엄마 탓도 그 누구 탓도 해본 적이 없었다.


딸한테도 미안하고 먹고사는 것이 무엇이기에 그랬을까, 한심하고 상황대처를 하지 못한 나 자신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크지 않는 화상은 가정에서 상비약인 화상약과 바셀린을 준비해 놓고 열기를 완전하게 뺀 후 연고를 꼼꼼히 바른다면 집에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본다. '빠르게 대처만 한다면" 그렇지만 물집이 잡히거나 피부가 벗겨졌다면 집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