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네들의 쉬익.. 소리를 들으며 오늘 밤도 병실에서 밤을 지새우다
80대 노인은 저녁내내 가래 기침을 해댄다. 콜록콜록!
기침소리에 가슴이 철렁거린다. 잽싸게 남편 옆으로 다가가 마스크를 다시 씌운다. 그 노인은 친구들이 오며 가며, 베지밀, 비타민C를 침대 맡에 가져다 놓았다.
잠시 외출하고 돌아오니 친구가 어묵탕을 해 왔다고 김치통에 가득 담아 나를 주셨다. 노인한테는 죄송했지만 어묵탕은 변하기가 쉬워서 조금 맛보고 나머지는 음식물통에, 김치통은 재활용품이라서 수거함옆에 두었다.
김밥도 밖에서 사 왔다고 두줄을 주었다. 찬물만 들이 켜시니 기침을 할 수밖에 없다. 보호자 없이 혼자서 보내야 하는 노인이 안쓰럽다. 낮에는 햇빛이 비치는 병원 복도에 나와 병든 닭처럼 쭈그리고 앉아 계셨다.
따뜻한 보리차를 한잔 드리고, 집에서 달여온 생강 배즙차를 드렸다. 엄지 척을 해주신다. 당뇨도 식후 혈당이 400 가까이 되는 것 같던데 끊임없이 음료수 과자를 입에 달고 계셨다.
불쌍해서 냉장고를 정리해 드렸다.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맘대로 하라고 해서 주섬주섬 봉지에 싸서, 먹지 않고 방치한 음식들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 노인은 아주 핸섬해 보였다. 포마드 기름을 발랐는지 머리가 반은 대머리지만 반질거렸고, 얼굴은 콜드크림을 바른 것처럼 미끌거려 파리가 앉으면 금방 미끄러질 판국이다.
병원에 보호자는 찾아오지 않았고, 우리 아들이 오려나 여러 번 하셨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경우도 바르고 젊은 시절 한가닥 했으려니! 가만히 들어보니 월남 어쩌고 하시는 것이 파병군인 이셨나 보다.
노인은 낮이면 비실거리시면서 , 오며 가며 했다. 저녁이면 5인실을 떠나갈 정도의 코 고는 소리와, 헛소리를 큰소리로 하셨다.
잠이 오지 않아 저녁 12시에 일어나, 잠시 눈 좀 붙이려고 병실에 들어서니 바로 옆 화장실서 쉬익.. 하는 소리.. 노인의 가래 기침소리에, 그냥 화장실 곁에서 웅크리고 자는 척만 했다.
오늘은 간호사가 노인 환자에게 가래 기침약을 드렸다. 약이 좋긴 좋다. 기침소리도 가래 끓은 소리도 나지 않아 잠시 잠을 붙일 수 있었다. 여전히 남정네의 소변보는 소리를 감당하며, 내가 저지른 혹독한 대가를 아직도 받고 있는 듯하다.
5인실이 꽉 찼다. 우리가 들어오던 첫날은 80대 환자 두 분이었는데.. 저녁에는 남정네의 소변소리를 얼마나 들어야 하나, 이분위기가 싫으면 나가든지 아프지 말든지 선택해야 한다. 우린 방을 여러 번 옮겨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차피 며칠 있으면 떠나야 하는데, 그것도 우리 자의에 의해서 병원에 일주일 정도 더 머무르겠노라 과장님께 말씀드렸고, 두말없이 허락을 해주셨기 때문이다.
남편은 코를 그렁그렁 골면서 잘 자고 있다. 내가 못 자는 것은 괜찮다. 내일 낮에 한숨 자면 되니까!
남편이 들락거리기에 쉽도록 침실을 화장실 곁에 두었는데,
간호사가 창문 쪽 이든 화장실 쪽이든 편하실 데로 하라던데, 그냥 불편을 감수하고 창문 쪽이 좀 춥더라도 그쪽을 택할 것을, 한순간의 선택으로 온종일 남자 환자들의 화장실 들락 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지독한 냄새는 노인 환자들의 배설물을 받아내는 기저귀이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지린내와 암모니아 냄새는 이미 어머니 간병하면서 경험했던 것이다.
다섯 번째 이사할 때 1인실이 없어서 못 갔는데.. 복도를 따라 둘러본 1인실은 대부분 NR환자이다.
가만히 누워 있으려니 큰 거 싸는 소리, 작은 거 보는 소리 각양각색이다. 비위도 약한데, 남편이 사경을 헤맬 때 난 그런 유치한 자존심은 이미 묻었다.
건설업 종사자인데 배가 갑자기 아파서 새벽에 들어왔다고 한다. 맹장염으로, 요즘은 로봇으로 가볍게 수술했다는 50대의 그 남성도 보호자 없는 혼자였다. 그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밀크커피 좀 달라고 했다. 그 남자의 얼굴도 근심으로 가득 차 보인다. 병실은 이렇게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나고 떠나보내는 곳이다.
병실에서 보호자 없이 홀로 머무는 이들을 보는 것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들은 많이 아프고 가난했다. 4인실에 우리가 입실했던 첫날, 60대 남자는 20L쓰레기 봉지에 주섬 주섬 옷가지를 챙기고 퇴원 수속 밟아 약봉지를 받아서 병실 문턱을 밟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 옆 환자도 검정 봉투에 옷가지를 싸서 홀로 퇴원 수속을 밟아 약봉지는 한 손에 옷가지가 들어 있는 검정 봉지는 다른 손에 들고 병실 문을 나갔다.
씁쓸하다, 저들도 존엄하게 태어난 분들인데, 보호자도 없이 쓸쓸하게 노년을 자신들이 책임져야 하는 현실에 가슴 멍하다.
환자의 반은 차상위 계층인듯하다. 차상위 계층은 입원하면 대접도 못 받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건 빈말이다. 우리같이 보험료 엄청나게 내고 치료받고, 돈 다내는 사람이나, 똑같이 대접을 받는다. 정부에서 취약계층을 위해 많은 복지 후생비를 쏟아 내고 있다.
뇌출혈 집중실에서 옆 침대 환자와 보호자의 얘기를 살며시 들었다. 정부에서 공짜로 병원비 다 대주니 다 나아서 오래 있다 퇴원하자는 소리를 들었다.
의료보험비 성실히 내는 우린, 병원비 다 주어 가면서 치료받고 병원비 한 푼 안내는 이들은 정부에서 다 지원해 주고, 잘못되어도 뭐가 한참은 잘못되는 듯해서 씁쓸하다. 사회복지 비용 때문에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경제가 파탄 나고 있다.
그것이 과연 잘된 복지 정책일까?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면서, 사회복지학을 2년 동안 공부 한 내용을 복습 겸 살펴보았다.
국가가 병원비를 전액 지원해 주는 시스템은 인도적이지만 장기화될 때 자립의지를 잃고 '수혜자'의 위치에만 안주하게 된다.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미래를 대비하려는 노력보다, "나라에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이 지배하게 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 날것이다.
시스템에 기생하며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태도에서 개인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길러주는 복지, 국가 지원이 '끝'이 아니라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사다리'가 되어야지 침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고립 1인 가구 시대의 서글픈 자화상, 가족이라는 사적 복지망이 해체되면서 국가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국가는'돈'은 줄 수 있어도 퇴원길을 함께 걸어줄 '손'은 되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의 변화는 고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병실에 홀로 남겨진 6070세대들, 그들 중 누군가는 돈이 없어서 혼자였고, 누구 가는 돈은 있지만 사람이 없어서 혼자였다. 국가가 병원비를 대주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었지만, 혼자서 감당해야 할 고독의 무게는 똑같았다."
"정부가 돈을 대주든 아니든, 결국 병원 문을 나서서 자신의 삶을 다시 세워야 하는 것은 본인 자신이다. 언제까지 '국가'라는 시스템 뒤에 숨어 가족과의 불화나 자신의 나태함을 정당화할 것인가?
현대 복지 국가의 무조건적인 시혜가 아니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직업 훈련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과 왜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현대사회의 올바른 복지가 아닌지 싶다.
저녁 8시쯤 70대의 환자가 병실에 들어왔다. 간호사는 꼬치꼬치 치부까지 들이대면서 개인의 사생활을 캐물었다. 70 넘은 환자에게 결혼했어요? 보호자 있어요? 자제분 계세요? 무슨 약 드세요? 부인은 있으신가요? 키, 몸무게는 필수이고.. 그 환자는 보호자도 없고 자식은 이미 연락이 끊겼고, 보호자는 친구가 있다고 친구 연락처를 대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약은 먹는듯하며, 근심은 혼자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약을 가져 올 사람이 없어서 한 시간도 더 걸리는 집을 다녀온다고 나갔다가 두 시간 훨씬 넘게 등산복 차림에 등산 가방을 메고 병실문을 열었다.
이 70대 어른도 혼자 사는 고독한 노인인가 보다, 그의 뒷모습을 슬쩍 봤더니 등언저리에 짐을 가득 실은
고단한 당나귀처럼 보인다.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머물렀던 2주간의 병동에서 이상한 풍경을 목격한 내용들이다. 6070세대 아직은 팔팔해야 할 그들이 보호자 한 명 없이 홀로 짐을 싸서 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국가라는 거대한 보호자 뒤에 숨어 버린 개인의 삶, 이대로 괜찮은 걸까?
변비 예방을 위해 브로콜리 약간 데치고, 낙지는 머리까지 푹 삶았다
간병하면서 힘들었는지 몸살감기가 있어서 낙지 세 마리, 전복 넣어 밥 넣고 죽을 쑤어 먹었다.
타우린이 풍부한 낙지는 지쳐 쓰러진 소도 일으킨다 하지 않던가. 간병 중 몸살을 앓는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한 그릇 든든히 비워낸다. 따뜻한 기운이 몸에 퍼지며 피로가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