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해제

인격, 품격, 본능

by young long

최근 들어 주변 사람들이 불쑥불쑥 본심을 내보여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어림잡아 열에 대여섯은 본심이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었고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기도 했다. 때론 연이어서 못된 사람들이 나타날 때는 '다른 사람들도 같은 걸 경험하나, 나만 자꾸 그런 경험을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전에 없이 그런 모습들이 자주 보이는 건 내 마음의 눈이 밝아진 건지 굳이 참고 넘기며 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커진 건지 모르겠지만 그 이유를 찾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세계가 하나가 되어 겪게 된 전염병을 대처하면서 자주 언급된 단어가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 요소였다. 그 거리 두기란 말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인간이 신체적 질병을 이겨내는데 필요한 것처럼 마음의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적정 거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막역하다.'라는 말은 '서로 허물없이 썩 친하다.'라는 뜻이다. 그 '막역하다.'라는 관계를 감당을 못하고 그 깊이가 깊어진 걸 남용하거나 많은 시간을 같이하게 되거나 쉽게 말해 거리가 밀착되었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예의'를 잊어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되어 심한 진통을 앓곤 한다.


많은 시간을 같이해서 서로 허물없는 관계라고 믿고 깊은 신뢰를 쌓아 나가는데 갑자기 본인의 이익과 관련된 판단을 할 일이 생겼을 때 의리니 신뢰니 하는 건 본인의 삶에는 듣도 보도 못한 단어라는 듯이 행동하는 경우를 겪었었다. 또 하나는 '리더는 특권이 아니라 직무다.'라는 말을 어느 때보다 공감해 버리는 경우에 직면하기도 했다. 상사는 무례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그렇게 습관적으로 행동하는 걸 겪었었다. 마지막으로 아주 교묘하게 당근을 주고 채찍을 휘두르는 권한을 획득하여 마음껏 횡포를 일삼는 경우를 경험했었다.


다양한 모습으로 본인들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면서 태풍이 지나간 후 피해복구를 하듯 원인과 대처법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바른 진단일지는 모르지만 각각의 공통점은 인격적으로 미성숙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의 횡포에 온몸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내게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나를 향해 화살을 겨누기도 하였지만 근본적으로 생각하면 그들이 잘못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죄가 있다면 그들을 무장해제하게 한 죄가 있다. 가깝다고 느끼게 하였고, 가해를 했을 때 여러 번 참았었고, 관계를 해칠까 봐 예스맨처럼 행동했던 게 그들이 본인들의 나쁜 본성을 내게 내보인 거였다고 생각한다. 뒤늦게 각각 일발씩 포탄을 발사하고 말았다. 자성을 할지 말지는 그들의 몫이고 내게 필요한 건 적어도 나쁜 본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탐하지 않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주고 서로 허물없이 사는 건 바람직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을 악용하거나 최소한의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갖추지 못한 자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다 큰 성인이 바뀌기란 쉽지 않다. 스스로 자각하여 노력하여도 불쑥불쑥 본성이 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를 무장해제시킨 피해자가 잘못하였다고 매도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건 피해자를 또 한 번 가해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관계를 정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알고 보면 세상엔 좋은 사람 아니 적어도 기본이 바로 선 사람도 많다. 시간에 허물어지고 가면을 쓴 모습에 속고 마는 어리석은 내게 당부하는 중이다. 자꾸 바보를 자초하지 마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