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야단 속엔 따뜻함이 포함되어 있다.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이 나도 금세 "엄마"하고 안긴다. 겉으로 표현되는 말이 전부가 아니라는 건 일찍 알아차렸다. 그렇게 알아차린 건 순전히 자식 걱정하여 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엄마의 속마음이었다. 그러나 엄마를 위해 옷이며 신발 같은 걸 사드리면 어김없이 크게 화를 내시면서 다시 무르길 주문하시곤 하셨다. 나뿐만 아니라 언니들이 사드린 것도 똑같이 화를 내시면서 사양하셨다.
무엇이 진심인지를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진짜로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시는지 자식들의 노고로 뭘 사 오는 게 안쓰러워서 그러시는 건지 끝내 알 수가 없었다. 반복되는 엄마의 표현법을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굳이 하고 혼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백기를 들어버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심하게 혼났던 기억이 연해질만 하면 다시 사다가 드리곤 했었지만 또 어김없이 좋은 소릴 못 듣기는 마찬가지였다. 끝내 무엇이 엄마의 진심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엄마의 딸노릇이 참 쉽지 않았는데 엄마와 똑같은 마음을 갖은 남편을 만나서 산다. 내 남편은 60년대 어머니 상이다. 귀한 음식이나 물건이 있으면 어김없이 부모님께 드린다. 귀한 음식을 부모님께 드리면 함께 먹기를 권하시면 본인은 많이 먹었다고 끝내 사양을 하곤 한다. 우리 집에 와서는 자식들에게 권하면서 본인은 또 밖에서 많이 먹었다고 자식들 입에 넣기 바쁘다. 없이 살던 60년대도 아니고 요즘 세상에 왜 저렇게 까지 할까 싶을 때가 많다.우리 자랄 적에 우리 엄마가 그러셨다. 당신은 못 먹는다고 하시면서 자식들 입에 넣기 바쁘셨다.
먹는 걸 그러는 건 풍요로운 요즘 세상에 왜 저럴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더한 건 옷이다. 음식을 중요시 생각하는지 음식을 구입하는 것에는 아무런 태클을 걸지 않는다. 그런데 옷을 사면 몹시 화를 내곤 한다. 다른 가족들 옷을 사면 그래도 아무 말 안 하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본인 옷을 사면 당장 반품하라고 안 입는다고 한다. 옷을 살 때마다 홍역을 치른다. 남편 옷을 사놓고 기분을 살피다가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냐고 운을 띄운다. 슬그머니 옷을 내밀며 사이즈가 맞는지 한 번만 입어봐 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한다. 못 이기는 척하면서 입어봐 주면서 다시는 옷을 사지 말라고 한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 싶다. 완전히 우리 엄마와 내 남편은 데칼코마니다. 이런 성향의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힘든데 내 곁엔 두 사람이나 된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두 사람이 나와는 많이 다르다.
나란 사람은 음식을 만들면 맛있냐고 묻고 맛있다고 더 달라고 하면 맛있게 먹어줘서 정말 고맙다고 한다. 자식들이 내게 필요할 것 같은 걸 생각해서 사주면 내내 고마워한다. 초등학교 때 중국 여행을 간 막내가 엄마가 각질을 제거하는 걸 보았던지 각질 제거하는 기계를 사 왔었다. 너무 기특하고 고마워서 주변 지인들에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자랑까지 해가면서 고마워했었다. 주변 가족들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알아서 준비해 주고 무언가를 받으면 깊이 감사해하면서 산다.
음식이든 옷이든 그 무엇이든지 성의를 다해 준비해 주면 고마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진심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행동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설령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일단 고맙게 받는 게 나를 위한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고맙지만 상대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다면 시간이 지난 후 그 마음을 설명해 주면 될 일이다.
남달리 이타적인 엄마와 남편은 참 깊은 분들이다. 특히 우리 엄마는 가족들을 위해 분골쇄신하신 분이다. 마음속 깊이 존경하고 사랑한다. 우리 엄마를 존경하고 사랑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엄마를 닮고 싶어 한다. 겉으로 표현된 말이 전부가 아니라 그 속에 포함된 엄마의 마음을 읽어내곤 했다. 어느 면에서는 끝내 엄마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해서 이해를 못 한 부분도 있다.
그럴 때면내쪽에서 이렇게 해석해 버린다. 부모든 자식이든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다. 본인 스스로도 이해를 못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당신들을 위하는 마음을 받을 수 있는 엄마 그리고 남편이길 원한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까지도. 엄마께서 그리고 남편이 상대의 고마운 마음을 읽을 줄 아셨으면 좋겠다. 본인 취향이 아닐지라도 화를 내기보다는 따뜻한 표현을 하는 걸 적극 추천하고 싶다. 앞으로는 예스인지 노인지 그것 또한 정확하게 표현해 주시길 바란다. 매번 노를 하면 그중에 뭐가 예스인지 알 수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