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식, 효
수학의 끝이 철학인가? 부모역할의 끝은 무엇이고 자식의 도리는 무엇인가? 부모 그리고 자식은 무엇으로도 관계의 셈법을 밝힐 수 없는 막연히 '무한대'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관계가 아닌가 한다. 간혹 부모가 자식에게 음수(마이너스) 쪽으로 무한대로 답이 없는 행동을 해버리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자식이 부모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게 행동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세상에 그 어디에도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명제처럼 허용되어 버리는 관계가 부모자식 간의 관계가 아닌가 싶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부모이고 또 자식일 수밖에 없는 관계 그게 흔히들 말하는 천륜인 건가 보다. 결국 막연히 '무한대'라는 단어 하나를 떠올리고는 소리 없이 긴 한숨을 내쉬면서 셈을 하기보다 철학자가 되어버리고 마는 관계, 그게 부모자식 간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자식이 부모라고 내 뱃속으로 찾아와서 '자식'으로 태어나 준 거 그게 일생 부모가 맞이한 최고의 '환희'가 아닐까 싶다. 그 '환희'를 미리 대여받았는데 공짜인 줄 알고 살다가 아이가 성장해 가면서 때마다 빚을 탕감하듯 자잘하게 또는 크고 굵게 탕감해 나아가는 게 부모인 것 같다.
멋 모르고 덥석 품에 안고 뒤집고 기고 앉고 서고 걷고 달리는 모습을 가슴 벅차게 맞이하면서 기뻐하고 또 기뻐한다. 그 기쁨은 그저 멋 모르게 맞이하고 지나가버린다. 그러나 그 빚인지도 몰랐던 빚을 평생 자잘하게 걱정 같지 않게 걱정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때론 유구무언 하게 만들거나 남보다 더 낯선 이처럼 바라볼 수밖에 없게 행동해 버리는 경우까지 별별 일들을 다 경험하게 만드는 게 '자식'이다.
'효도' 얼마 전까지 '효도'란 자식이 부모에게 극진하게 도리를 다하는 걸 '효도'라고 알았다. 그러나 최근에야 '효도'라는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효도'란? 자식으로 태어나서 부모가 될 때까지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등대' 같은 게 '효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식이 부모에게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바른 길 그 길을 함축하여 '효도'라고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행동의 근본이 '효(孝)'라고 배웠던 거 같은데 이제야 그 의미를 실감하는 것 같다.
부모에게 도리를 다한다는 건 부모를 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이 지극히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부모님께 걱정되는 일을 금하고 부모님께서 기뻐하는 일을 많이 하게 되면 결국 본인이 좋은 인격체로 성장하는 수확을 얻게 되는 것이다.
고해성사처럼 우리 부모님께 자식으로서 어떠한 자식이었나를 되새겨보게 된다. 크게 성공하여 큰 기쁨을 드리거나 호강을 시켜드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반백년 이상의 시간 동안 걱정되는 일을 하지 않았다.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건 어린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 엄마 호강시켜 드리는 그 작은 소망을 갖고 열심히 살았었다.
정작 손에 잡히는 '호강' 같은 건 시켜드린 기억이 없다. 그러나 매사 걱정될 일은 시작부터 하지 않았다. 그런 세월을 살아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누가 뭐래도 지금의 내가 나는 좋다. 결국 '효도'라는 건 자식이 부모에게 해야 할 도리이기도 하지만 그 결과물은 부모님이 낳아주신 '나', '나'라는 실체가 완성되는 과정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결혼하여 남편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부인인 내가 남편에게 '국가대표 효자'라고 명명하였다. 결혼하기 전의 남편의 모습은 잘 모른다. 그러나 그는 결혼 전 적지 않은 직장생활을 했다. 가난한 집 장남인 남편은 결혼 직전까지 하숙비를 뺀 본인의 월급 전액을 생활에 쓰시도록 부모님께 드렸다고 했다. 그걸로 봐서 결혼 전에도 결혼 후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결혼 당시 지금의 내 나이보다 훨씬 젊으셨던 시부모님은 이미 우리 남편이 보호자였다. 처음부터 남편은 1번이 부모님이었다. 하는 남편이나 받는 시부모님 모두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어린 자식의 숟가락에 생선살을 발라서 먹여야 될 것 같은데 남편은 생선살을 발라 아버님 숟가락 위에 얹어드린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부모님의 손발이 되어드린다. 다른 형제들에게나 그 누구에게도 단 한 번도 생색낸 적도 없다. 함께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하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된다."라고 했다.
'효도?' 혹자가 그랬다. 남편의 효심을 자식이 본받을 것이라고. 그때마다 "아서라" 그게 내 답이었다. 그들의 인생을 살아야지 부모에게 우리 남편처럼 하는 건 내가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젊어서 힘이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지금 너무 나약해져서일까 '효도 그거 필요하다.'라는 생각이다. 젊고 늙고의 차이가 아니다. '효도'는 한 인간이 바르게 성장해 나가는데 필요한 '등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 걱정되는 일을 안 한다는 건 본인의 인생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부모가 행복한 건 자식이 진심으로 밝게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결국 효도란 자식이 부모에게 하는 일방의 행동이 아니라 부모자식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니다.
따지고 보면 효도란? 자식이 부모에게 하는 보은의 행동이기도 하지만, 부모가 자식이 바르게 살도록 기원하는 침묵의 기도 같은 것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