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두려움, 예방
뜻밖의 말을 들었다. 막연히 모든 식물은 인간에게 필요한 산소를 공급해 줄 거라고 단정 짓고 유익하다고만 생각했다. 담배도 식물을 건조해서 만든 거니까 다 좋다고 할 수 없는데 참 단순하고 무지한 사람이었단 생각을 하게 된다.
뭘 좋아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선뜻 답을 못할 때가 많았다. 식성도 좋아하는 색깔도 변한다는 걸 자각하게 된 건 얼마 안 되었다. 식성은 나이 들수록 한식이 답이고 색깔은 제주 인근 바다색인 에메랄드빛, 청정지역의 밤하늘색깔인 사파이어색, 최근에는 수줍은 듯 연한 맑은 분홍빛도 좋다.
좋아하는 꽃은 모란, 작약이었다. 모란, 작약은 지금도 1순위다. 그런데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꽃이 생겼다. 갸녀린 진달래꽃과 탐스러운 수국이다. 몇 해 전부터 수국을 집에 기르기 시작했었다. 집에서 수국꽃이 피면 어느 부자가 부럽지 않았다.
올해도 수국이 집 베란다에서 피었었다. 직장동료에게 수국꽃 사진을 보여주고 "예쁘죠?"라고 했더니 예쁘다면서 "그런데 집 안에서 키우면 안 되는 식물이 수국인 줄 아시죠?"라고 말했다. "아뇨?!" 처음 들었다. "집안에 두면 재앙을 불러온데요., 마당이나 베란다는 괜찮데요." 그 말을 듣고부터 베란다에 있지만 베란다에서도 키우고 싶지 않았다. 한순간에 반려식물 중 하나인 수국을 언젠가는 집밖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수국의 꽃말이 '변덕, 이별'이라는데 수국보다 내가 더 변덕스럽단 생각을 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수국을 집밖으로 옮길 생각을 하다니 근거 없는 낭설 같은 말을 맹신하고 날을 잡아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다니......., 사실 인지 낭설인지를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이미 집에 들일 수 없는 꽃이 되었다.
변덕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나 좋자고 재앙을 불러들인다는 꽃을 집에 둘 수 없다. 비 예보가 있어서 아침 일찍 집에 있는 수국을 모두 캐서 텃밭에 옮겨 심었다. 수국의 입장에서는 훨씬 좋은 환경으로 옮겨진 거라 나쁘지 않은 결정이 되었다.
우연이었을까? 집에 두면 안 되는 식물 등으로 구분하는 것도 풍수와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 어떤 이의 철학관에서 경험한 얘기를 듣게 되고 금방이라도 그곳을 찾아가야 될 것만 같은 생각을 하게 된 나를 보며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약하구나!, 이유가 뭘까?', 흔들릴지언정 뿌리째 뽑히지는 말아야 할 텐데 스스로가 걱정되었다. 수국을 뽑아 옮기는 내가 맞는 건가? 과한 건 아닌가? 뭘 그리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걸까? 두려움, 그것도 뽑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