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삶
이제까지는 안정적인 선택과 결정으로 살아왔다. 모험이랄까 용기라고 해야 할까 적어도 거취에 관련해서는 늘 그렇게 모험도 용기도 없었다. 겁이 많아서일까 감당할 수 없는 일은 애초부터 시작을 안 했다. 그래서 얻은 건 평화였고 민폐 끼치는 일 자체가 거의 없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희망? 시기마다 제일 중요한 자신의 포지션이 뭔가를 생각하고 그 역할에 초집중하고 살았다. 곧 정년퇴직할 시간이 다가온다. 그런 나는 뭐가 나의 1번인가? 그걸 찾지 못했다. 건강? 사실 그건 매 시기마다 기본으로 중요한 거 아닌가? 마음 깊은 곳에서 간절하게 해야 할 꺼리를 생각해내지 못했다.
막연하게 어떤 창작활동에 대해 '장인(匠人)'이 되고 싶다는 게 있다. 그게 딱히 어떤 부분에 대한 장인이 되고자 하는 것 까지도 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탁월한 기능을 갖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나마 그런 생각을 갖게 된 내가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을 한 내가 조금은 짠하다.
육아를 활발하게 할 땐 전업주부였다. 아이들이 점점 자립하게 되면서 내 거취를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거나 할 땐 뭔가를 배웠다. 계속 뭔가를 배우면서도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 졌다. 그땐 '이렇게 암울하게 일생을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셋째가 중학교 입학하자 지금의 직업을 찾게 되었다. 암울하다고 생각하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했었다.
정년을 얼마 안 남긴 지금 그 이후에 대해 고심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땐 "열심히 살았다. 이후엔 그냥 살고 싶다." 이런 말을 당당하게 했다. 더 이상 뭘 하려고 애쓰고 싶지 않았다. 마음의 소리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날마다 똑같은 일정, 본능 그 이상의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있다. 매일 그날이 그날 같은 생활을 신나게 할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다.
지금이 시작이다. 이미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걱정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시드머니(seed money) 같은 역할을 할 거라는 기대를 한다. '걱정' 그게 그렇게 실행력이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뀔 때마다 신체가 달라지는 걸 실감했다. 그거와 달리 이렇게 큰 변화의 시기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당최 모르겠다.
준비 없는 사람이 바람은 많다. 시간 앞에 당당하고 싶다. 그리고 여유롭고 싶다. 그 무엇 앞에서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름답고 싶다. 한 가지 더 바라자면 스스로를 들볶지 말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