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체험수기

살, 나

by young long

살이 역대급으로 쪘다. 건강검진 후 두 달간 1kg을 빼도 기록적인 몸무겐데 3kg 이상이 쪘다. 과식 후 죄책감으로라도 다음날 활동량을 늘리는데 덥고 만사가 귀찮아서 당최 움직이질 않았다. 음식 앞에서는 매번 "에라, 모르겠다."의 태도로 무너지곤 했다. 결과는 수습하기 힘든 상황이다.


살이 찌면 몸 움직임이 쉽지 않고 살과 살이 겹치는 현상이 일어난다. 비만이 질환이다. 특히 비만과 상극인 중증 질환을 경험한 상태라 살이 찌면 위험하다. 그럼에도 날마다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건강상의 문제도 문제고 옷 입는 것도 문제가 있다. 기존 사이즈를 절대 고수하다가 영 불편해서 하나 둘 한 치수 큰 사이즈를 사기 시작했다. 엄청 편하다고 자랑하면서 입고 다니다가 몸이 큰 사이즈 옷에 가득 채워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상당한 문제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살이 찌는 원인을 과학적인 접근은 어렵더라도 체험을 통한 경험담은 또 한가락할 수 있을 것 같다. 삼십 대에서 사십대로 바뀌는 과정에서 깜짝 놀랄 정도의 신체 변화를 느꼈다. 같은 양을 섭취했는데 소비가 안되고 몸무게로 쌓이는 걸 확연하게 느꼈다. 세포가 늙어가는 과정이었던지 기초대사량이 전과 많이 다르다는 걸 체감했다.


지금은 온 식구가 각자 살이를 하는 상황이라 남편만 가끔 찾아오고 온전하게 나 혼자 산다. 그런 데다가 노령기가 코앞이라 만사가 귀찮아서 가사를 당최 안 한다. 운동도 물론 안 하지만 생활 움직임이 종전에 비해 거의 10%도 못 미치는 정도다.


사람이라면 덜 움직이면 덜 먹어야 하는데 비만균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음식을 청하는지 의지를 본능이 꺾고 만다.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장기들은 노화되거나 죽고 뚱보균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세포분열을 하는 건지 체중이 웬만할 땐 못 느꼈던 염치없는 식욕은 청년이다. 꽂히면 먹어야 그 갈증이 잠잠해진다. 큰 문제다.


의지가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럽다. 날마다 체중계 위에 오르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곤 한다. 사람이 아닌 채로 쭉 살아가야 할지 각성해서 사람이 되어갈지 미래가 예측하기 힘들다. 허풍이라도 떨고 싶다. 각성해서 살을 뺄 거라고.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했던가? 더 찌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살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될 텐데 '글쎄?' 하며 스스로를 향해 갸우뚱하니 큰일이다.


참 무슨 움직이는 기계처럼 몸도 마음도 바쁘게 살았다. 언젠가부터 '진짜야?, 이래도 될까?' 하며 '내 생애에도 이렇게 편한 날도 있구나!'를 자각한 지 얼마 안 됐다. 大자로 누워도 보고 시간 부자 행세도해 보고 나무늘보처럼 축 늘어져도 보고 걱정 없이 퍼져보기도 하면서 그야말로 상팔자 행각을 하고 지낸다. 그 결과가 비만인이라 씁쓸하다.


사방천지 유투버들은 살 빼는 운동으로 열을 올리고 누구는 10kg을 뺐고 또 누구는 20kg을 뺐고 살이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넘치는 정보는 그저 남 얘기처럼만 들리고 나와 거리가 있어 보이니 이일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전의를 상실한 군인처럼 의욕도 자신도 없는데 적군 같은 살은 무더기로 몰려오니 큰일 중에 큰일이다.


언젠간 살 뺀 체험수기로 얘기 보따리를 풀날이 오길 간절하게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