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까맣게 지새웠다.

상념, 막내

by young long

나이가 먹어도 지혜로워지지 않는 나를 보며 약간의 불만이 있었다. 그런데 긴 밤을 잠 못 이루고 지새우며 뭔가를 깨닫게 되었다. 하나는 불어나는 몸무게도 쓸데가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더니 무의식 중에 남을 읽어서 함께 어우러져서 살아보려고 부단히 도 노력하는 과정이 인생이구나, 이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만사가 그러하지만 특히 자식은 정성으로 기르면 정상으로 성장한다는 것인데, 그 정성의 시작은 당연한 일이라고만 생각하겠지만 정성껏 식사를 차려주는 것이 많이 중요한 일이라는 걸 주변을 보면서 느끼게 되었다. 식사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된 건 열악한 환경인데 그래도 멀쩡하게 성장한 우리 집 자매는 한결같이 우리 엄마의 정성으로 식사를 준비해서 먹이는 그 덕도 한 몫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갱년기엔 완경이 되고 불면증 현상이 일어나고 등등 다양한 현상이 생긴다던데 만 오십에 에스트로겐 억제제를 먹어야 하는 질병에 걸려서 강제로 완경이 되었고 별 특별한 현상이 없었다 그런데 육십을 코앞에 두고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졌다. 그래서 요즘 다음날을 제대로 살기 위해 자려고 갖은 애를 써보곤 한다.


지난밤도 잠을 한숨도 못 잤다.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고들 하는데 그런 표현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대체로 뭔가를 하기 위해 불을 켜고 잠을 못 잤다는 의미겠거니 추측해 본다. 어쨌든 잠을 어떻게든 자보려고 불을 끄고 지난밤 눈을 감고 까맣게 지새워버렸다.


다행인지 체중이 늘고부터는 잠 한숨 못 잤을 때 그다음 날 그래도 버틸 만 해졌다. 체중이 지금처럼 최악이 아닐 땐 잠을 못 자게 되면 다음날 도저히 감당이 안되고 내 육신과 내 하루가 가루처럼 부서져 버린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그나마 요즘은 그래도 체중덕을 보는 중이니까 기왕 못 자는 거 명상의 시간을 보내거나 유익하게 보내고 싶어졌다. 끝내 잠을 못 이루고 눈을 뜬 그때가 네시가 조금 넘었었다.


다음 주면 입대를 하기 위해 근무를 마무리하고 주말에 오는 막내를 위해 막내가 좋아하는 펄떡거리는 꽃게 한 박스를 산 걸 김치냉장고에서 꺼내고 온갖 맛난 식재료를 넣어서 게장용 장을 다리고 출근 전에 완성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장을 식혀서 붓기만 하면 되도록 만단 하게 준비를 하고 텃밭을 둘러볼 겸 아침 운동을 했다.


우리 엄마가 자식이 집에 온 걸 맞춰서 이쪽 시장 저쪽 시장을 봐서 온정성을 다하셨듯이 엄마 발끝이라도 흉내 내보려고 우리 막내가 좋아하는 식재료를 요 며칠 하나둘씩 준비 중이다. 뭐가 되었든지 잘 먹고 힘든 훈련 잘 이겨내라고 뭐 하나라도 막내 입에 넣어보려고 애써보는 일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둘째를 군대 보내본 경험이 있어서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나의 뇌와 심장은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딸을 낳고는 이 아이도 커서 산고를 겪게 될 걸 걱정하였고 아들 둘을 낳고는 이십 년이 지난 후엔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어 군대를 안 가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낳자마자 걱정했던 일이 삼 일 후의 일이 되게 생겼다. 당사자는 의연하게 잘 다녀올 것을 엄마의 심장은 왜 이렇게 제멋대로인지 모르겠다. 혼자 괜히 잠 못 이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