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막걸리, 딸
아주 많이 어릴 적부터 아버지 술심부름을 했었다
마을 입구 도로변에 가게가 있었다
그곳을 내 키의 절반 정도 크기의 유리병을 들고 막걸리를 받으러 갔었다
가끔 왕사탕도 살 수 있었다
막걸리 말고 덤으로 뭔가를 더 사 오는 심부름을 할 때면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공부하듯이 외우고 또 외우면서 외딴 가게까지 갔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힘든 일을 막걸리 한잔씩 하며 버텼다
그러나 내 나이가 두 자릿수가 되면서 아버지가 드신 술은 진해졌다
그분의 딸은 마음에 우러나서 아버지께 술 한잔 따라드리지 못했다
누가 말리지 않았는데도 술이라고 하면 손사래를 쳤다
뿐만 아니라 결혼을 앞두고선 상대가 술을 즐기는 듯하면 슬그머니 헤어졌었다
그런 그분의 딸은 육십을 코앞에 두고 본인 생일날 막걸리 한잔에 시름을 덜고 있다
막걸리 한잔에 아버지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