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2-6반이 된 남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년동안 경험을 쌓고자 3월 중순부터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평일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여행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나의 조국을 떠나 (잠시나마지만) 산다는것이 마냥 즐겁고 기쁘진 않다.
누군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할 수 도 있다 (실제로 많이 듣기도 했다)
" 미국 가서 살고 좋겠네 ~ 나도 가고싶다 부러워"
사실 내가 사는 곳은 한국과 거의 다를바가 없다.
회사와 집 할 것 없이 내가 활동하는 반경에는 한인들이 즐비하고 만족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가끔은 내가 한국에 있는게 아닌지 착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이 한국이 아닌지라 별거 아닌일에도 감수성이 폭발하고 외로움을 더 자주 느끼곤 한다.
그럼에도 내가 잘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내 곁에는 항상 클래식 음악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어머니는 항상 전공은 아니어도 악기 하나는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6살이었던 나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바이올린 학원에 가게 된다. 어린시절 나에게 바이올린이란 골치덩어리 그 자체였다. 40분에 7만원이었던 당시 그 학원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비싸다) 집 근처도 아닌 차로 40분씩을 가야했고 나는 그 레슨비가 아깝지 않기 위해서 매일 2시간씩 연습해야 했다. 연습을 얼마나 하기 싫었으면 항상 내곁에는 만화책이 있었고 곡 연습 한번을 끝내면 5분동안 만화책을 보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시면 다시 바이올린을 잡았다.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최소 15분은 앉아있었고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나에게 정말 꿀 같은 시간이었다. 그나마 내가 부리던 잔꾀 중 가장 합법적(?)이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아버지께서는 어머니와 내가 매일같이 연습 때문에 다투는 것을 보고 바이올린 부숴버리시겠다며 겁을 주실 때도 있었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시절에는 기숙사 사감 선생님께서 당시 학원 간다고 하며 PC방에 가는 기숙사생들이 많아서 내가 바이올린 학원에 가는 것을 탐탁치 않아 하셨다. 그럼에도 어머니께서는 내가 바이올린 열심히 배우기를 바라셨고 나 또한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눈치밥을 먹어가며 열심히 배우고 연습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머니와 약속한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시간을 핑계로 바이올린 학원을 그만 다닐 수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바이올린을 하는것이 정말 죽도록 싫었지만 돌이켜보면 어머니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가 그만하겠다고 바이올린이 싫다고 그렇게 울부짖었을때 어머니께서 그만하게 하셨더라면, 재능도 없었던 아들에게 투자하는 돈이 아까우셨더라면 나는 지금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대게 많은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강제로 무언가를 배우게 할 경우 특별히 악기의 경우에는 공부와 다르게 배워도 그만 안배워도 그만,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 이기 때문에 강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국의 훌륭하고 유명한 클래식 연주자들의 유년시절을 보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듯이 그들의 부모님들은 그들을 강제로 밀어붙이지 않으셨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하셨다고 했다. 모든것이 마찬가지겠지만 음악이란 더더욱 그런것 같다. 인생을 다 걸 수 있을만큼 본인 스스로가 즐겨야하고 사랑해야만 관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고 매료 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희귀한 케이스라는 생각이 든다. 악기를 배움에 있어서 시간이 부족해서,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서, 실력은 안늘고 배우다가 지루해서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보는 반면에 나처럼 죽도록 하기 싫어했다가 그것이 내 삶의 낙이 된 경우는 흔치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각자 부모님들의 교육 방식이 있기 때문에 나의 부모님의 교육 방식이 맞다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 방식이 옳았다.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매일같이 새로운 클래식 음악들이 추가되고 있으며 그 곡들을 듣고 공부하는데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매일이 이렇게 설레고 기대가 될 수 없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비록 내가 전공생은 아니지만 부족한 바이올린 실력으로 클래식 음악을 연주 할 수 있고 수많은 작곡가들의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 할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서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신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을 여기에나마 전한다.
어머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