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을 전공하던 나는 어떻게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나
올해 졸업을 마친 마당에, 뒤늦게 적는 학교 이야기이다. 지난 3년간 SADI(Samsung Art & Design Institute)라는 디자인스쿨을 다녔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부터 회사에 다니던 직장인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있다. 디자인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열정적인 집단이고, 수준 높은 커리큘럼을 보유한 교육기관이라 정의하고 싶다. 아쉽게도 이제는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
사실 원래 전공은 경영학이다. 앓는 소리를 하며 대학을 다녔지만, 그래도 나름 할만했다. 다만 마음 한구석에 디자인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애매한 재능이라고 여겨 묻어두고 살았다.
인생에 대한 고민이 늘 때쯤, 그 마음이 넘쳐버렸다. 지금이라도 배우지 않으면 정말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대학교 4학년이고, 전과나 복수전공의 기회는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SADI의 존재를 알게 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했다.
물론 이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선언하듯 진행된 건 아니었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질 무렵 소소하지만 꾸준히 무언가를 해왔다. 우선 나의 막학기 시간표는 미술 교양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하루에 시간을 정해놓고 크로키 연습을 했다. 그림 실력 느는 데에는 이만한 게 없다고 해서 무작정 그렸던 것 같다.
앞으로 차차 SADI 생활에 대한 글을 남기겠지만, 이곳에서 보낸 시간, 만난 사람들, 배움은 나에게 특별했다. 우선 '살면서 스스로 선택이란 걸 내려본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야겠다. 때가 되면 입학하고, 졸업하고 응당 그 나이에 해야 하는 것들과 주변에 휩쓸리며 살아왔다. 물론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긴 했지만, 그 길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터득했다. SADI 입학은 나를 제대로 마주하고, 나와의 합의를 통해 내린 첫 번째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