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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미술 해본 적 없는 디자인 전공생의 드로잉 공부

드로잉 연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by 뉴룽룽


SADI(삼성디자인교육원)는 비전공자도 디자인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1학년 때 파운데이션 과정을 운영한다. 다양한 수업이 있는데, 그중 드로잉 스튜디오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개인적인 회고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1. 경직된 손과 머리를 말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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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수업에서 주로 쓰는 도구는 4B연필과 목탄이다. 종이는 2절 갱지 스케치북을 쓴다. 아까워하지 말고 푹푹 넘기며 쓰라고 하셨다. 이렇게 큰 종이에 그려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목탄을 처음 써봤는데 신세계였다. 여러 재료를 경험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확실히 도구에 따라 선이 다르게 표현된다. 예를 들어 사인펜은 딱딱하다. 다양한 분위기의 선을 자유자재로 담을 수 있는 4B연필과 목탄이 추천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목탄을 쓰면 표현이 매우 부드럽고 손이 자유로워진다.


종이의 스케일이건 재료의 유연함이건 간에 드로잉에서 중요한 건 경직된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작은 도화지에만 그리고 있다면 큰 종이에도 그려보시길. 두껍고 비싼 거 말고 저렴한 종이로. 그리고 목탄을 안 써봤다면 꼭 한 번쯤 써보시길 추천한다. 참고로 목탄은 갱지에 사용하는 게 좋다.






2. 내 눈을 의심하는 것에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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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들이 뭐냐면, 물체에 눈을 떼지 않고 그린 결과물이다. 스케치북을 쳐다보지 말고 물체에서 시선이 1cm 내려가면 손도 1cm 내려가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의 눈과 손은 왜곡이 심하고 서로 협동이 잘 안 된다. 이 간극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이를 위한 다양한 훈련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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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1) 외곽선에 집중해 컨투어 드로잉을 하기도 하고, 2) 선을 쓰지 않고 면으로만 채우기도 한다. 3) 크로스 컨투어 드로잉도 해보고, 4) 미라처럼 둘둘 원을 그리며 표현도 해본다. 5) 목각인형처럼 관절을 중심으로 나눠보기도 하고, 6) 도형적으로 몸의 굴곡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며 사물을 인지하는 훈련을 하는 거다. 핀터레스트에서 여러 드로잉 기법을 찾아 연습하다 보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3. 이론은 어느 정도 파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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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드로잉을 독학하며 가장 겁을 냈던 부분이 투시, 명암, 해부학 등의 이론이었다. 이런 걸 잘 알아야지만 그림을 그린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달까.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이론들을 어느 정도 이해해 두는 것만으로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실제 수업에서도 깊게 다루진 않고 이런 것들이 있다 정도로 배우고 바로 실습으로 넘어갔다. 물론 전문적으로 인체나 배경을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면 당연히 심도 있는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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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건물 내부를 투시를 활용해 드로잉 했다. 무수한 선들이 말해주듯이 매우 힘들었다. 어쨌든 결국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게 유튜브에 있는 강의를 들어보고 몇 번 연습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4. 고정관념이 와르르 무너진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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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명암을 '얼마나 그림자 졌는지, 얼마나 빛을 많이 받았는지' 정도로만 여겨왔다. 그런데 여기에 색이라는 개념을 추가하니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되어버렸다. 저 사진에서 사과와 포도의 대비감에 주목해 보자. 포도는 엄청 엄청 엄청 진해야 한다. 두 물체가 받는 빛에는 그리 차이가 없겠지만 둘의 색상이 다르다. 그렇다. 색상마다 명도값이 다른 것이다. 쉽게 말해 흑백 필터를 씌워보면 노란색은 밝게, 보라색은 검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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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그림이 가능하다. 흰색과 검은색을 섞지 않은 빨주노초파남보 순색들만으로 신기하게도 명암이 표현된다. 색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5. 나만의 감성을 끄집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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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 학기 초 작은 드로잉북을 마련해서 꾸준히 그리기를 당부했다. 일명 Day Book이다. 덕분에 1학년 때는 이 데이북을 들고 다니며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교수님의 의도는 관찰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스킬적인 훈련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나만의 '감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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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내가 이런 얘기를 해도 될까


보다시피 나는 전공생 치고 그림실력이 뛰어난 편도 아니고, 기초 지식도 탄탄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남기는 이유는, 내가 독학할 때 무지 답답했기 때문이다. 대략적으로라도 이런 흐름으로 교육이 진행된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다. 사실 본격적으로 디자인 전공과목들을 공부하면서 드로잉을 안 한지 꽤 됐는데 오랜만에 다시 펜을 잡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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