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아이를 쫓아낸 이유
한 반에 한 명씩은
따돌림 당하는 아이가 꼭 있었다.
흐릿한 존재감에 이름도 기억 안난다.
국민학교 5학년. 한 반에 50명.
그녀석은 몸에서 퀴퀴한 냄새가 났다.
머리는 항상 빡빡인데다,
정수리부터 흉터 자국이 크게 있다.
성격도 순해서 싫은 소리를 못했다.
늘 주눅 들어 있었지만
담임 선생도 크게 신경 안 썼다.
쉬는 시간엔 늘 운동장 벤치에 앉아 있다.
혹은 책상에 엎드려 자는 척했다.
빡빡이와 어울리는 아이는 없었다.
그는 숙제도 잘 안해왔고,
발표도 할줄 몰라서 매를 맞곤했다.
우리들은 수군거리며 그를 멀리했다.
봄 소풍인지 가을 소풍인지를 떠났다.
우리 반은 야산에 올랐다.
오십마리나 되는 비글무리는
지정된 소나무 숲을 점령했다.
갈색 솔잎이 바닥에 잔뜩 깔려 푹신하다.
흙은 붉은색을 띠고 있다.
솔방울은 여기저기 굴러다녔고,
걸을 때마다 발에 차인다.
굵직한 나무에 붙은 껍질은 두툼하고 질기다. 사내아이들은 껍질을 뜯어내려 시도하지만 고사리손으론 어림도 없었다.
어느새 도시락 까먹을 시간이 됐다.
세 명이서 한 조가 되어
같은 돗자리를 사용해야 한다.
나는 은박 돗자리를 준비해 갔다.
빡빡이는 내 근처에서
홀로 신문지를 펴 놓고 앉아 있었다.
솔잎이 신문지를 뚫고 나왔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녀석을 건져 올려
내 은빛 돗자리에 앉혔다.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애써 무시했다.
함께 있던 친구는 코를 막고
다른 돗자리로 피신했다.
싸온 김밥을 나눠 먹었다.
그는 까만 비닐봉지에
캔콜라와 삶은 달걀만 싸왔다.
울퉁불퉁한 소나무숲 푹신한 바닥.
기어코 콜라가 엎어졌다.
내 무릎과 양말에 콜라가 스며들었다.
축축했다.
얼마 없는 휴지로 닦아냈지만
돗자리는 찐득찐득해졌다.
애써 쿨한 척 넘겼다.
도시락을 비웠다.
유행하던 놀이를 시작했다.
녀석은 룰을 몰랐다.
친구들도 그와 놀기 꺼려했다.
짐승무리들은 쉬지도 않고
우리 돗자리를 오가며
그와 나를 세트로 놀려댔다.
코를 부여잡고 토하는 시늉을 했다.
나는 그를 방치한 채,
슬그머니 다른 돗자리로 갔다.
거기서 평소대로 친구들과 어울렸다.
솔방울이 계속 발에 차인다.
녀석을 흘깃 쳐다본다.
찐득한 돗자리에 홀로 남은 녀석은
멋쩍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내 양말은 축축하다.
나는 정당하다.
빡빡머리 흉터가 유난히 크게 보여,
소나무 껍질같았다.
나는 40중반이 됐다.
여전히 고사리손으로
질긴 껍데기를 잡아뜯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