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한 자본으로 맺어진 십수 년짜리 생존 연대
이전 직장.
식자재마트 매장에 쥐가 들끓었다.
사장 와이프가 재래시장에서
노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사 왔다.
목적은 명확했다.
쥐를 잡는 것.
사장은 이름을 '보배'라 지었다.
황금빛 털색에 맞춰,
돈이나 많이 벌어다 주라는 작명이었다.
관리 책임은 내게 떨어졌다.
사장은 결벽증이 있었고,
직원 중 누구도 짐승에게
깊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금까지 신입고양이들은
한 달도 안 돼서 로드킬 당했다.
보배는 네 번째 고양이다.
직원들이 "보배야" 하고 다정하게 부를 때,
나는 고집스럽게 "야, 고양이"라고 뱉었다.
사무적으로 사료를 주고 물을 뜨고
화장실 똥을 치웠다.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사라졌다.
일주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속이 후련하다고 소리쳤다.
녀석의 밥그릇과 물그릇,
장난감을 모두 갖다 버렸다.
털 한 올 남지 않게
거처를 싹 치웠다.
아무리 치워도 황금빛 털은 날려왔다.
8일째 되던 날, 녀석이 돌아왔다.
나에게 절룩거리며 다가와
정강이에 머리를 부볐다.
그날 사장을 설득해
사료 등급을 최상급으로 올렸다.
화장실과 물그릇 밥그릇도 새로 샀다.
몰래 장난감도 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배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녀석은 새끼 여덟 마리를 낳았다.
출산 직후, 나는 물 한 그릇을 내밀었다.
핏덩이들을 쏟아낸 녀석이
내가 준 물을 단숨에 비워냈다.
젖을 뗀 새끼들은 박스에 담겨
거래처 곳곳으로 넘겨졌다.
녀석은 다시 혼자가 됐다.
몇 달이 지났다.
몇 번의 가출을 반복했다.
보배가 두 번째 임신을 했다.
만삭이 되자,
사장은 녀석을 내다 버리라고 지시했다.
나 몰래 저 멀리 울산 어딘가
유기하겠다는 계획이 들려왔다.
버려지기 하루 전날,
나는 사장실로 들어갔다.
"내가 키우겠습니다."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
5만 원권 두 장을 내밀며 웃었다.
우리 집으로 온 그날 저녁.
보배는 바로 출산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녀석은
내가 건넨 물 한 그릇을
단숨에 비워냈다.
새끼 하나가 숨을 쉬지 못했다.
나머지 일곱은 무럭무럭 자랐다.
내 좁은 방은 젖 빠는 소리로 채워졌다.
새끼들은 각자 살 길로 흩어졌다.
보배는 십수 년째 내 곁에 누워잔다.
아홉 살 난 수아는
보배가 아빠만 좋아한다며 투덜댄다.
수아는 모른다.
쥐잡이용 고양이와 아빠 사이는
5만 원권 두 장으로 맺어진
십수 년짜리 계약 관계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