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에 오백 원 두장

모양자 두 개

by 백류



퇴근길에
​집근처 팔도시장에 들렀다.
닷새째 못 사주던 수아의 준비물,
오백 원짜리 모양자 두 개를 샀다.

내친김에 저녁 안주로 먹을
만 이천 원짜리 족발과
참이슬 한 병도 샀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가
“내 막걸리는?”
하고 묻고는 주방으로 휙 가버린다.

아들 딸 한번씩 안아올리고,
총총거리며 달려온 보배도 쓰다듬어준다.
보배 똥을 치우고 샤워를 마쳤다.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여보, 막걸리 사다줄까?”
진급 소식을 전하고 싶어
입이 한 번 열렸다가 닫혔다.
아내는 대답 대신 동백전 카드를 내밀었다.
이번달 아동수당은 왜 이체 안 했는지 묻는다.
사실 그 돈으로 산 진급 축하 족발이다.
만 이천 원. 나는 이실직고했다.


밤공기에 머리를 말리며
막걸리 두 병을 사왔다.
와인잔에 침전물 없는 맑은 막걸리를
조심조심 신중하게 따라줬다.

아내는 냉동 떡볶이를 뚝딱 조리해 가져왔다.
재빠르게 식사 준비를 마쳤지만
시간이 벌써 저녁 8시다.


수아는 왔다 갔다 떡볶이를 집어먹는다.
습하습하거리며 맵다고 난리다.
그래도 다시 찾아와 집어먹는다.
찬물을 연신 들이킨다.

수호는 며칠 전부터 팝콘먹자며 노래불렀다.
쿠팡 택배 더미를 살피니 팝콘이 와 있었다.
처제가 주문해준 문제집 두권도 와 있다.
수아 수학 공부 좀 시키라며 사줬다.
어제 아빠랑 매일 한쪽씩 풀기로 약속했었다.


전자레인지에 팝콘을 돌렸다.
아이 둘이서 냄새 맡고 달려온다.
아빠 안주가 날이갈수록 빠르게 사라진다.


팝콘 바닥이 드러나자 온몸이 늘어졌다.
처제가 보낸 수학 문제집 포장은
끝내 뜯지 못했다.
소주 막걸리에 젖은 몸뚱이가
침대 깊숙이 꺼져 들어갔다.



출근길.
수아의 오백 원짜리 모양자 두 개는
여전히 내 손가방에 웅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