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계장 명찰을 쓸어내린 위선의 찰나
어제 오후, 브런치에서 메일이 날아왔다.
자료 제출하고 하루 만에 덜컥 합격했다.
아내한테 브런치 작가가 됐다고 고백했다.
축하의 말끝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늘 소설가를 꿈꿨던 건 아내였다.
나는 글쓰기에 무관심했던 육체노동자고,
아내가 품어온 운과 꿈을 새치기했다.
단 하루도 만년필을 놓지 못하게 됐다.
나는 그저께 대리로 진급했다.
내 유니폼에 달린 명찰은
여전히 계장에 머물러 있다.
진급 누락된 박대리가 옆을 지나간다.
새 대리 명찰은 서랍 깊숙이
비닐도 안 뜯고 처박혔다.
나는 가슴팍의 낡은 계장 명찰을
한 번 쓸어내렸다.
이번 달 우리 가족은
5층짜리 낡은 맨션으로 이사한다.
엘리베이터가 없다.
장 본 짐을 등에 지고,
잠든 수호를 안고
매일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79년생 낡은 콘크리트 입구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