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을 디자인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모든 걸 결정할 때

by 휘파람휘
책장에 꽂힌 빨간색 표지가 오늘따라 눈에 들어왔다.
『비넬리의 디자인 원칙』.
예전엔 한참을 넘겨봐도 어려웠던 책이었는데,
오늘은 아주 짧은 문장 하나가 깊게 들어왔다.
“여백은 의미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사무실 내 책상에는 빨간 『비넬리의 디자인 원칙』이 꽂혀 있다. 집에서 가져온 책인데, 표지의 기분 좋은 레드 컬러 덕분인지 계속 그 자리에 두고 있었다. 문득 오늘 그 책을 펼쳐보았고, ‘여백’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와 닿았다.


디자인을 처음 시작했을 땐, 여백이 비어 있으면 뭔가를 채워야만 완성되어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요소를 가득 채운 결과물은 오히려 완성도는 낮고, 시선은 흩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디자인에서 가장 강력한 요소는 바로 보이지 않는 여백인 것 같다.


마시모 비넬리는 여백을 “의미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했다.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한다. 그리고 그것을 매일의 작업 속에서 체감하고 있다.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격,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의 숨 한 번.

누군가에게는 “미미한 차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 간격이 만드는 긴장감, 그리고 리듬이 정말 큰 요소다.


조금만 조이면 숨이 막히고,

조금만 풀면 집중이 흐트러진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보이지 않는 경계 위에서 균형을 잡는다.


어떻게 보면 여백은 공간이 아니라 호흡이다.


사람마다 숨쉬는 박자가 다르듯,

브랜드에도, 문장에도, 이미지에도

각자의 호흡이 있다.


나는 그 호흡을 디자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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