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위의 들장미> 시에서 얻은 삶의 지혜와 용기
사실 처음에 첫 줄은 이것이었다;
들장미는 고생대의 아침노을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나는 들장미 같은 존재가 되려 한다.
해 질 녘이면 공룡들은 고개를 들고
불길한 그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저탄장의 석탄 더미는 한때
양치식물의 숲이었다
고생대의 잿더미
무개화차는 수북하게 석탄을 싣고
탄광 지대의 거무스름한 철길을 지나간다
광부의 도시락과
술집에서 늙은 여자의 노래와
쌍굴 다리를 내려오던 코흘리개 아이들을 나는 기억한다
들장미는 재 흘러내리는
철로 변에 있었다
그것은 피사체가 아니었다
마음은 사진기계가 아니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들장미라는 말이 떠오르기 전에
들장미가 있었다
그것은 분석의 대상이 아니었다
나는 향기로운 한 송이 인간이 아니었다
우울하게 나는 다시 길을 갔다
그 뒤로도 이십 년을 무겁게 나는 걸어왔다
들장미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직도 재 흩날리는 철로 변에
기우뚱하니 피어 있을까
황사 바람 불고 흙먼지 떨어지는 밤에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사실 처음에
첫 줄은 이것이었다;
들장미는 고생대의 아침노을을 연상시킨다.
- 재 위에 들장미(최승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