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궁무진화 Nov 09. 2023

세월을 건넌 당신과의 조우

이름 모를 한림 어항에서


몰두가 어려워진 세상에

겉핡기 인생이 각광받는 요즘에

아이의 탄생을 우려하는 시대에

남의 돈 벌어먹기 힘든 사회에

잠시,

제주에 숨을 맡겼다.


파란 밤을 가로지르던 스쿠터는

어항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물고기 가득찬 리어카를 끌던

칠십 노인 옆을 지나쳤다


짧은 찰나에도

그의 모자와 어깨, 팔과 다리

그와의 조우는 2초로도 충분했다


달리던 스쿠터의 머릿속엔 물고기가 가득했다

왜 일까

왜 그는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을까

왜 그는 깊게 박혀 심장에 그려졌을까


당신 손 위 날선 핏줄들이 선명했다

앙 쥔 당신 손아귀에서 진동이 들렸다

당신 뒤로 지나온 묵묵한 궤도가 그려졌다


당신,

열심으로 세월을 지탱했기에

당신,

삶을 관통해 다른이의 심장을 적신다


열심은 세월 속 당신과 우리를 지탱하는 아귀힘 인가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