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동 비둘기

by 연필로쓴다

은행동 145번지에는 오래된 빵집이 하나 있다. 이 빵집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빵을 사러 온다. 아침 일찍부터 빵을 준비하는 셰프들의 손길이 분주해지면 맛있는 빵 냄새가 대흥동 성당의 종소리처럼 은은하게 퍼져 나가기 시작한다. 아침 일찍부터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아직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금세 빵집 안은 사람들로 북적북적인다. 매장 안에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자니 정말 많은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남녀노소, 부자처럼 보이는 좋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남루해 보이는 옷차림을 한 사람들, 145번지의 빵집이 익숙한 듯 여기저기 자기가 사고 싶은 빵을 재빨리 사고 줄을 서는 대전이 고향인 듯한 사람, 모든 게 신기한 듯 8도 사투리로 감탄사를 연발하는 타 지역에서 온 것 같은 사람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은행동 145번지에 있는 빵집에 빵을 사러 온다.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 은행동 145번지의 빵집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전의 명소가 되었다. 은행동의 명소를 넘어 대전의 명소라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사람들은 대전의 명소인 이곳에 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사진을 찍는다. 전국에서 제일 유명한 빵집에 왔으니 간판 잘 나오게 한 장, 크리스마스 느낌 물씬 풍기는 쇼룸을 보면서 예뻐서 한 장, 성심이랑 또 한 장 그렇게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자면 골목 저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뭔가 하고 보면 영락없이 그 녀석이다. 웬만해서는 도망가지도 않고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차가운 아스팔트에 연신 부리를 쪼으며 정신없이 지 할 일만 한다. 걸레를 빨은 구정물이 고여 있는 수도가 앞에서 목을 축이고 있는 이 녀석들을 쫓아보려고 하는데 도망가지를 않는다. 이젠 웬만해서는 도망가지도 않고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이 녀석들을 쳐다보고 있자니 다리가 성한 놈들이 별로 없다. 발이 다 잘려있고 초라한 행색에 묘한 연민을 느끼게 한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145번지의 빵집의 생동감 있는 모습과 대비되어 은행동 비둘기는 더욱더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은행동 비둘기는 그렇게 사람들에게 초라하고 불쌍한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하고 성가신 존재가 되었다. 어릴 때 기억엔 보문산에 가면 비둘기 집이 있고 이 녀석들에게 모이를 주기 위해 돈 주고 사서 줬던 기억도 있다. 이 녀석들도 사랑받던 시절이 있었는데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는 도심 속 은행동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동안 많이 지쳐있었던 거 같다. 은행동 비둘기들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잃어버렸다.


'모든 이가 좋다고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 은행동 145번지 빵집의 사훈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이 안에는 그 녀석들은 없다. 신의 은총은 인간만을 위한 것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거 같기도 하지만 이 녀석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쉽게 왔다가 쉽게 떠나는 놈이라기엔 비둘기의 수명은 생각보다 긴 7-20년이라고 한다. 이 녀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 날의 기적처럼 그 하찮은 녀석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신의 은총이 함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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