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는다는 것』정준희 / 너머학교
저는 수업 시간에 질문을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질문할 기회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대부분의 수업 시간에 저는 그저 주어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바빴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대해선 궁금한 것들 투성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의구심에 가까웠습니다. 주로 당연한 것들에 관한 의구심. 학교는 왜 가야하나? 교과서에선 왜 이런 것들을 배우나? 교과 공부가 궁극적으로 내게 도움이 되나? 정말 실질적으로 내 삶을 일으켜 세울 공부란 무엇일까? 제 자신에 대한 질문도 많았습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어른이 될까?
여러분들의 어린시절은 어땠나요?
“2010년 11월에 서울에서 G20 정상 회의가 열렸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폐막 연설을 했다. 이어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주최국에 대한 배려의 뜻으로 “정말 훌륭한 개최국 역할을 한 한국의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먼저 드리고 싶다.”라고 했다. 일순 정적이 흘렀다.”
『묻는다는 것』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일화가 소개됩니다. 그날 한국의 기자들은 질문하지 못했고, 첫 질문의 기회는 결국 중국 기자에게 돌아갔습니다. 당시에도 꽤 논란이 되었던 사건이지요. 기자의 능력이란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이라 생각했던 저도 꽤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어쩌다 대한민국의 기자들이 저렇게 되었을까요? 상대가 던져주는 사실을 받아쓰기만 하는 것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기사 제목에서 따옴표(”“)를 마주 발견하는 것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을 인용한 기사를 썼다는 의미니까요. 어쩌면 기자들은 학생 때처럼 주어지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기 급급했는지 모릅니다.
브런치 매거진 《아이들을 키우는 독서》는 독서 논술 강사로서 접한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도서 중 좋은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 기획되었습니다.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책과 관련된 아이들과의 일화를 소개하고, 의미 있는 독서를 위한 가이드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책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뿐 아니라 아이에게 책을 권할 성인(부모님, 교사, 강사)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매거진의 첫 번째 책으로 『묻는다는 것』을 택한 것은 매우 의도적인 것이었습니다. ‘묻는다’는 행위만큼 독서논술 수업, 혹은 독서 수업 시간에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없거든요.
이른바 ‘발문 수업’이라고 칭하는 수업법입니다. 수업 중에 교사는 질문을 던지며 아이들의 생각을 끄집어내고 확장해 나가죠.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기 위해서 질문하려고 애씁니다. 독서 논술 수업은 정답이 없는 것들을 다루기 때문에 아이들의 생각이 수업 시간에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도 있습니다. 그래서 강사가 던지는 질문의 질이 곧 수업의 질입니다.
질문은 수업 상에서 말로도 이루어지지만 아이들이 수행하는 워크시트, 워크북을 통해서도 이루어집니다. 책과 관련된 좋은 질문에 답을 해나가다 보면 아이들은 그 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죠. 그것이 혼자 읽을 때와 수업을 통해 읽을 때의 차이점입니다.
책 『묻는다는 것』에 따르면 질문은 지식을 만들어냅니다. 감각기관과 두뇌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어떤 선을 그은 다음, 그 선이 가르는 무언가에 관심을 두도록 한다는 것인데요. 선을 가른다는 것은 ‘오른쪽과 왼쪽’, ‘하늘과 땅’과 같이 대상을 구별해내는 것입니다. 이는 곧 정보를 얻는 과정이고, 그것을 통해 체계적으로 연결되는 지식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감각기관은 질문을 던지는 기능을 합니다. 눈으로 본 것, 귀로 들은 소리 등에 대해 무엇일까? 왜일까?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다보면 대상을 구별 짓게 되고 제대로 알아 나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흔히 아는 일화가 예시가 될 수 있겠네요. 떨어지는 사과를 본 뉴턴의 질문 ”왜 사과가 아래로 떨어질까?“에서 중력이라는 것이 발견되었죠.
『묻는다는 것』에서는 좋은 질문은 무엇보다 ‘구체적인 질문’이라고 말합니다. 길이 잡힌 질문, 무한히 펼쳐놓기 보다 차츰 길을 좁혀주는 질문입니다. 또한 ”전혀 새로운 길을 생각하게 하는 질문“도 좋은 질문이라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좋은 지식으로 가는 좋은 질문은 그냥 막무가내로 궁금해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독서 논술 수업 시간에 교사들이 던지는 질문은 막연한 것에서 구체적인 것으로 나아갑니다. 넓은 질문을 던져 대답을 끌어내고 나면 거기서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촘촘하게 질문들 던지곤 하죠. 물론 대상에 따라 다릅니다. 훈련이 된 아이들과 함께라면 구체적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거듭되는 질문은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라면 오히려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져 생각을 게을리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합니다.
독서 논술 시간에서의 질문이 무언가를 알게 하기 위함이라면 그것은 지식은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아는 것이 목적입니다. 아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의 경우라면, 생각하게 하기 위한 질문들이죠.
어쨌든 독서 논술 수업 안에서 아이들은 질문을 통해 자랍니다.
”묻는다는 건 이미 주어진 것이 전부라고 여기지 않고, 아직 주어지지 못한 것들을 짐작하고, 상상하고, 궁금해하고, 하고 싶어 하고, 갖고 싶어 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묻는다는 것’은 최초의 우리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이다. 즉 땅 밑에 묻혀있지 않고 땅 위로 올라와 두 발로 디디고 서서 멀리 바라보고 그곳을 향해 움직여 가는 일이다.”
이 책의 부제 ‘질문은 어떻게 우리를 해방시키는가?’. 이 문장을 처음 보았을 때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습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부제가 지칭하는 해방이란 최초의 나 자신으로부터 한 걸음 나아가는 일, 나의 세계에서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묻는다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는 생각과 행동의 다리를 놓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합니다.
질문과 독서가 왜 잘 어울리는지 이 부분을 읽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에게는 독서가 그랬습니다. 막연히 좋아하던 것에 대한 더 확장된 지식을 얻고자 할 때 꼭 책을 보았습니다. 무언가를 선택할 기로에서도 선택의 기분이 책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저의 삶에서 독서란, 세계와 저를 연결하는 다리였던 것이 분명합니다. '
우리 아이들에게 독서는 무슨 의미일까요? 적어도 학원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독서는 그저 숙제일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런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강사로서의 한계를 느낍니다. 그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독서를 하게 할 방법이 무엇일까요? 이것이 제가 강사로서 가진 궁극적인 질문입니다. 교실 안에서 저는 이 질문의 답을 천천히 찾아나가는 중입니다.
『묻는다는 것』의 저자 정준희 선생님은 언론학자이자, 커뮤니케이션, 문화 사회학 전공자입니다. 교육자이면서 방송인이기도 합니다. <저널리즘 토크쇼J>와 <정준희의 해시태그> 같은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패널과 진행자를 맡았고, <100분 토론>과 <열린 토론> 같은 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자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역할은 꽤 오랫동안 토론의 사회자로 패널들의 발언을 끌어내기 위해서 논제를 던지는, 말하자면 질문을 던지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쓴 묻는다는 것에 관한 책인 것이죠.
그의 책은 질문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의미부터 사회적인 의미까지 꽤 광범위한 것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읽어보신다면 우리의 삶과 속한 사회 안에서의 질문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