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업회 사무국장 김정한
나는 경상남도 마산시 상남동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뛰놀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제비산 입구, 탱자나무가 가득한 그 집.
마산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던 제비산 능선.
그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날리던 가오리연.
그 바람과 냄새, 펄럭이던 연 꼬리, 빛의 결은 지금도 나를 붙잡는다.
돌이켜보면, 나라는 사람을 만든 두 축은 가족과 마산이다.
가족은 나의 삶을 지탱한 뿌리이고,
마산은 나의 정신을 지탱한 기반이다.
나는 이 도시에서 안정감을 얻고,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확인한다.
그렇다면, ‘마산을 사랑한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마산은 민주주의의 도시이자,
문화예술의 숨결이 살아 있는 예향(藝鄕)이다.
그리고 이 정신을 시대에 맞게 이끌어 준 두 인물이 있다.
독립운동가 남하 이승규,
대문호 노산 이은상.
이 두 분은 마산이 품은 정신을
‘헌신’과 ‘문학’이라는 두 갈래로 세상에 보여준 사람들이다.
나는 그 정신을 잇는 기념사업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요즘 우리는 AI혁명의 한가운데 서 있다.
기술은 우리의 삶을 가속시키고,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대일수록
더 깊은 사색, 더 단단한 인문학, 더 정확한 정체성이 필요하다.
기술은 우리의 손과 뇌를 확장시켜 주지만,
우리가 왜 살아가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는
인문학과 역사만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의 시대일수록
마산의 대문호, ‘가고파의 시인’ 이은상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의 작품 속에는
마산을 사랑한 사람들의 감정이 있고,
고향을 지키려 한 이들의 향기가 있으며,
이 도시가 간직한 정체성과 품격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가 존경한 아버지,
독립운동가 남하 이승규의 헌신은
오늘의 자유와 권리를 가능하게 했다.
그분들을 기억하는 일은
곧 나를 기억하는 일이고,
마산을 지켜내는 일이며,
미래 세대에게 남겨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마산이라는 이름을 품고 산다.
가고파의 바람이 불던 그 제비산의 기억처럼.
그리고 그 기억은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와 사람들 속에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