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공유공간 '평. 온'입니다.

미리 써보는 OPEN 기념사

by 평온

어서 오세요. 공유공간 <평. 온>입니다.

오늘 2028년 3월 1일, 드디어 <평. 온>이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1984년, 저희 시부모님이 지으시고, 저희 남편이 어릴 때 살던 집입니다. 부모님이 노환으로 이 집을 떠나시고 10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남편과 제가 매일 저녁, 술잔을 기울이며 퇴직 후의 삶을 고민할 때마다 떠올리던 공간입니다. 한 잔에는 공유 서재를 이야기하고, 두 잔에는 그림책방을 개업했다가, 나이 많을수록 병원이 가까운 제주시에 그냥 사는 게 제일 낫지 않을까 하며 술잔을 치우곤 했습니다.


즐거운 상상의 에너지가 흐르고 흘러, 드디어 <공유 공간 평. 온>이 탄생하였습니다. 이 터는 제가 처음 결혼할 때만 해도 소 세 마리가 살던 쇠막(외양간의 제주어)이었고, 이 옆으로는 똥도새기(돼지의 제주어) 두 마리가 있던 기억이 나네요. 냄새 걱정 마세요. 제가 결혼한 게 어마어마하게도 35년이 흘렀습니다. 냄새가 난다면 훈훈한 사람 냄새일 겁니다.

<평. 온>은 풍성한 배움이 오가는 공간을 꿈꿉니다. 아침 일찍 요가, 오전시간 민화 그리기, 오후에는 악기 배우기 등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공간,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강사를 초빙해 모실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평. 온>은 서로를 돌보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낮에는 배움이 오가고, 저녁에는 이야기가 오가는 동네 사랑방으로 서로의 아픔과 기쁨, 눈물과 웃음이 기꺼이 흐르고 넘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평. 온>에는 특별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마을 투어>입니다. 이 마을을 자세히 살피고, 알고 싶으신 분은 얘기해 주세요. 저희 남편이 역사 선생으로 퇴직을 했고, 문화유산 해설사이신 건 모두 알고 계시죠? 이 마을에 대해 이 분만큼 웅숭깊은 이야기를 해 줄 분은 찾기 힘들걸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 다들 들어보셨죠? 이 마을을 한 바퀴 돌며, 해설까지 들으면 이 마을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더불어 우리 <공유공간 평. 온>에 대한 사랑도 더 깊어질 거라 믿습니다.


이 공간, 벽면을 가득 채운 도서는 제 남편이 역사와 제주 4.3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며 모은 책들과 연구 자료입니다. 책을 사 들이고, 각종 기관에 전화하고 방문하며 책을 구해올 때마다 저에게 엄청 구박을 받았거든요. 그 압박과 설움이 켜켜이 쌓인 책들입니다. 수십 년 모은 남편의 전 재산이니, 아껴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특별 프로그램은 <그림책 테라피>입니다. 저 쪽 책은 제 그림책들인데요, 5년 정도 제가 그림책 공부를 하며 모은 좋은 그림책들입니다. 제 꿈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테라피를 하는 책방이었는데, 이 공간에서 그 꿈을 이루어볼 생각입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는 연인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그림책을 준비하고 기다리겠습니다.


아무쪼록 저희 <공유공간 평. 온>이 우리 모두가 평안하고 온화한 삶을 이루어 나가는 그루터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이 공간을 함께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2025년 7월 13일, 마을 행사가 있어 고향 마을에 다녀왔다.

우리가 공유공간을 꿈꾸고 있는 터전은 지금 현재, 예쁜 청년 부부가 임대해서 농어촌 민박을 운영 중이다. 그래서 조용히 들어가 바깥 모습만 찍고 돌아왔다.


2028년 1월, 계약기간이 끝나면 퇴직한 우리 부부는 <공유공간 평. 온>에서 노년의 삶을 꾸려 나가려 한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우리는 난상 토론을 펼쳤다. 안채에 우리가 사는 게 낫나? 바깥채는 통창이 어떨까? 책장과 탁자를 어떻게 배치할까? 이야기 나누는 순간순간이 즐거움이다.


집에 돌아오고 그 흥분과 설렘을 담아 <공유공간 평. 온>을 여는 첫날, 첫인사말을 써 보았다. 그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우리와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평안함과 온화함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