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어느 봄날 아침의 풍경

by 나른한 뱃살
햇살을 누리는 딸랑이



어느 봄날 아침에

일찍 눈을 뜬다.

아내는 아직 꿈나라에 달콤히 머문다.


부스스한 몸을

타박거리며 거실로 나오면

재빠른 딸랑이가 흔들의자에서

폴짝 내려와 두 앞발을 쭈욱 뻗어

온 몸을 늘이며 이제 일어났어 한다.

손을 뻗어 코인사를 하고

윤허하시면 뒹구는 녀석을 매만진다.


딸님이도 어느새

숨숨집 위 스크래쳐로 뛰어올라

발톱을 박박 긁는다.

발톱 긁느라 치켜올린 궁뒤를 토닥거려준다.


힐끗 딸콩이를 찾는다.

음... 잔다.

엄마처럼

엄마랑 함께 하는 좋은 꿈이라도 꾸는 걸까?


토요일 아침이라 밖은 인적도 없이 조용하다.

비스듬히 누운 햇살에

따로 전등을 켤 이유가 없다.


주전자에 넉넉히 물을 담고 가스불 위에 올린다.

원두 두 스푼을 핸드밀에 넣고,

바스락 소리가 너무 크지나 않을까

조심스레 원두를 간다.

세상 좋은 향이 파고든다.


뭔가 싶어하는 랑이에게 한 호흡 맡게 해준다.

그런가 보다 한다.

님이에게도 기회를 준다.

녀석은 기겁한다.

뭐 이런 걸 다 먹나 싶은 눈치다.

괜찮아 니들 취향을 존중할만큼

지금 난 느슨하니까


주전자가 좁은 입으로 보글보글 끓는 물을 토한다.

이크~!! 불을 끄고 잠시 숨을 죽인다.

한풀 꺾여 90도쯤 되었으려니 하는 물을

거름종이 안 원두 위로

동글게 동글게 따른다.

세상 좋은 향이 거실에까지 퍼진다.


따뜻하게 데워진 머그컵을

예쁘게 감싸쥐고

세상 좋은 향을

한걸음 한걸음 흘리면서

베란다로 향한다.


아내가 곧잘 일광욕을 즐기는

품이 넓은 캠핑용 접이식 페브릭 의자에

푸~욱 빠져본다.


봄날의 햇살이 한가롭게 쏟아진다.

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머금는다.

햇살의 따스함인지 커피의 따스함인지

세상 좋은 향과 함께

온 몸이 느긋해진다.


소리 없이 딸랑이가 베란다를 서성인다.

햇살을 찾아온 건지 커피향을 따라온 건지

내 주변을 슬쩍슬쩍 알랑거린다.

그리고 이내 제 나름대로

햇살을 즐긴다.


봄날 아침의 햇살

커피

그리고 딸랑이


참 좋은 아침이다.

Good morning~





추신: 지난 14화 퀴즈의 정답


퀴즈:

3박4일 만에 무사 귀환한 딸기가

집에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일까요?

1.물을 마신다

2.밥을 먹는다

3.잠을 잔다

4.용변을 본다


정답: 4번

딸기는 용변을 정말 정말 많이 보고

그다음 물을 허겁지겁 겁나게 많이 마시고

그리고 나서 밥을 잔뜩 먹은 다음

마지막으로 정신없이 오랜 시간 곯아떨어졌다.

거짓말 보태 1박 2일은 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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