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달리 동물은 꼬리를 가지고 있다.
덩치에 비해 앙증맞은 하마의 꼬리
자랑할 때 빼고는 별 소용 없어 보이는 공작새의 꼬리
목부분 갈기와 잘 어울리는 말의 꼬리
뭉툭하고 우둔해 보이는 악어의 꼬리
겨우 손톱만큼 나와서 깔랑거리는 사슴의 꼬리
이게 없으면 파리 쫓을 게 없겠다 싶은 소의 꼬리
세번째 다리인 양 중심잡기에 제격인 캥거루의 꼬리
기타 등등…
참 많은 꼬리가 있지만,
냥이 꼬리는 요래조래 쓸만한 게 많은 요물이다.
아름다운 실루엣은 덤이고.
누구 말마따나 미학적으로나 재미로나 그럴 듯하다.
물론 다른 동물의 꼬리에 대한 평들에 비해
편향된 평이라 해도 할 말은 없다.
고양이 집사로서 뭐 어쩔 수 없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렇게 눈 먼 거니 말이다.
냥이 꼬리는 끝까지 감각이 살아있다.
꼬리 끝에 살짝 손가락만 대도 옴짝한다.
만사 귀찮게 누워 있는 놈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꼬리만 가지고 툭툭대며 건들지 마 한다.
무언가 차분히 관심을 가질 때는
두 앞발을 세상 이쁘게 모으고 앉아서는
꼬리를 착 말아 그 옆에 가지런히 둔다.
기분이 업되어 있을 땐
깃발이라도 세운 것처럼
꼬리를 1자로 똑바로 세우고
그 끝만 ‘ㄱ’자로 똑 접는다.
날이 으스스할 때면
마치 문틈을 막는 문픙지라도 되는 듯이
한껏 웅크린 몸의 다리춤 위로
꼬리를 한번 덧대어 꼭꼭 싸맨다.
뭐니뭐니해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냥이 꼬리는 살랑살랑 거리는 꼬리다.
그때만큼 녀석들 꼬리의 실루엣이
유려하게 그리고 연신 새롭게
곡선을 만들어내는 때가 없기 때문이다.
매끈한 몸과 살랑이는 꼬리가 그려내는
선의 콜라보는 사람을 헐렁이게 한다.
그런데 정작 시각적으로 매혹적인 그 때가
무언가 소란스런 때의 예고편이라는 건 함정.
냥이 꼬리가 살랑살랑 거린다는 건
무언가 호기심에 가득찼거나
심심해 뭐 없나 안달이 나서
우다다 하려고 도사릴 때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 우다다 대장 딸랑이는
툭하면 꼬리를 살랑거린다.
가끔은 그 꼬리를 테잎으로 몸에 붙여주고 싶지만,
그래도 녀석이 느닷없이
우다다 뛰어 벽치기라도 하면
갑자기 조용한 우리집에 활기가 돈다.
따라쟁이 딸님이도 덩달아 뛴다.
잠보 딸콩이도 뭔 일 있어 하며 고개를 내민다.
아내는 야 이녀석들아 목소리를 높인다.
나도 아내편을 드는 척 한다.
딸랑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날개를 접듯 귀를 뒤로 쫑긋하고는
다음 우다다를 준비한다.
꼬리를 살랑거리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그 꼬리가 너무 좋은 데
가끔은 때와 장소를 가리는 눈치 좀 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