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출근하고
딸기를 구해줄 사람을 데려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참으로 더뎠다.
딸기가 있는 나무 아래까지
오고 가기를
수십 번은 한 듯하다
집에서 바라보니
키 큰 나무에 매달려있는 딸기가
점처럼 작게 보였다.
또 다시 보았을 땐
독수리인지 매인지
커다란 새 한 마리가 주위를 뱅뱅 도는 것이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설마 저 너석이 우리 딸기를 채가지는 않겠지?
이윽고
퇴근 시간이 되어 어두워질 무렵
남편이 한 병사를 데리고 왔다.
날렵해 보이는 병사는
씩씩하게 나무 줄기를 부둥켜 잡고는
나무 위로 오르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얼마 오르지도 못하고 제풀에 떨어졌다.
야! 너 나무 잘탄다며?
남편은 애꿎게 병사를 닦달했다.
아카시아 나무라 가시가 많아 오르기 쉽지 않다고
병사는 미안해 했다.
오늘도 아이를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
내 속은 타들어가다 못해
쩍쩍 갈라지는 심정이었다.
그렇게
딸기 일병 구하기
셋째 날이 저물었다.
.
.
.
.
.
시계로는 잴 수 없는
너무도 기나긴 시간이
흘러버렸다.
.
.
.
.
.
의연하고 꿋꿋한 우리 딸기는
그렇게 헤아릴 수 없이 기나긴
삼일 밤을 나무 꼭대기에서 버티며
우리를 기다려주었다.
이튿날
미안해하는 남편 출근길을 배웅하고는
노심초사하다가
오늘도 남편이 퇴근하기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애간장이 타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구조대원은 정말 친절하셨다.
그분에게는 다소 황당한 일이었겠지만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셨다.
그러나
동물 구조는 해줄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하셨다.
그 당시만 해도 119에서 동물 구조는
지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애걸복걸했다.
감사하게도 끝내 그 분은 주소를 물어보시고는
출동해 주시겠노라고 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딸기가 매달려 있는 나무가 군 부대 안쪽이라
사다리차가 위병소를 통과해야 했다.
나는 막 전화를 끊고 위병소로 달려가
부탁을 할 참이었다.
그때 마침 남편이 집에 왔다..
더이상 지체하면 안되겠다 생각했는지
출근하자마자 급한 일만 처리하고
나무 잘타는 부하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
남편은 군용 A-백을 챙겨나오라고 하였다.
나는 얼른 119에 다시 전화를 걸어
오시지 않아도 된다고 감사의 뜻을 전하고는
곧바로 딸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119 구조대원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다부진 중사 아저씨 한 분이 서 있었다.
그는 내가 가져온 배낭을 몸 앞쪽으로 척 걸치고는
두 발을 디디면서 양손으로는 나무를 잡아당기며
성큼성큼 꼭대기까지 금방 올라갔다.
그런데
딸기가 있는 곳까지
순식간에 올라간 중사 아저씨는
갑자기
어쩔 줄 몰라 하며 얼음이 되었다.
남편이 소리 질렀다.
야! ㅇ중사! 뭐해?
중대장님! 고양이가 무섭습니다!!
??!!
군인이 무섭긴 뭐가 무서워!
목덜미를 잡아서 A-백에 넣어!
예...!
ㅇ중사님은
남편의 호통에 큰 용기를 내어
두 눈을 질끈 감고
딸기를 움켜잡아 배낭에 담고는
훌렁훌렁
빠른 속도로 나무 아래로 내려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중사님께 거듭하여 감사 인사를 하고는
딸기를 담은 배낭을
가슴에 꼬옥 끌어안고
집으로 달려왔다.
이렇게
딸기 일병 구하기 임무는
넷째 날 오전에 완수되었다.
우리 부부 25년 집사생활 중
가장 큰 사고였다.
추신 1:
애초에 이렇게 나무를 잘 타는 중사님을
왜 어제 좀 데려오지 않았느냐는
나의 한탄에 남편은
그 중사가 휴가라 출근을 안했노라고 대답했다…
추신 2:
3박4일 만에 무사 귀환한 딸기가
집에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일까요?
1) 물을 마신다
2) 밥을 먹는다
3) 잠을 잔다
4) 용변을 본다
퀴즈의 정답은 다음 15화에서 공개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