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세로눈에 보이는 세상

by 나른한 뱃살


냥이 눈은 특별하다

사람, 개, 비둘기, 까치, 청설모 등

내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들의 눈과는 다르다.


녀석들의 눈은 세로눈이다.


햇살이 강한 날

녀석들의 눈은 어김없이

두 줄로 뾰족히 오무려져 있다.

노오란 홍채가 그윽하게

깊이를 만들어내는 그 사이로

빼꼼히 검은 빛이 새어나온다.


세로눈 탓일까?

사람들 사이에서

냥이가 귀신을 본다는 말이 들린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 딸구들도 어떤 때 보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있다.

그건 멍때리는 시선이 아니라

지긋이 바라보는 응시다.


얼마 전 강풀 작가 원작의

<조명가게>가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여기서 죽은 이들의 영혼을 돌보는

조명가게 주인 원영(주지훈 분)이

세로눈을 하고 있다.

강풀 작가나 연출을 맡았던 김희원 씨가

냥이가 귀신을 본다는 데에 착안할 걸까?




세로눈이 된 딸님이와 딸랑이


어떤 이들은

냥이의 세로눈이 무섭단다.

거기에 이 녀석들이

귀신을 본다는 말까지 더해지면

무슨 흉조라도 되는 듯이 움츠리는 이도 있다.


하지만 나는 녀석들이

세로눈으로 보는 세상이 무섭지 않다.


20년도 더 지난 옛날 일이지만,

아버지는 너무도 빨리 하늘나라로 가셨다.

남겨진 사람 중에 그 누구도

아버지의 죽음을 준비한 사람은 없었다.


죽음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렬하게

삶을 비추고

잃어버린 것을 찾게 한다.

부질없어진 약속과 다짐들

무거워진 과오와 잘못들

그리고 미처 몰랐던 사랑들…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배웅하고

한동안 헛헛했다.

일상의 바쁨 속에서도

무언가 나사 빠진 듯한

무기력한 순간이 찾아들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딸기가 천장 한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딸기야, 우리 아버지 오셨니?


시간이 얼마가 지났는지 모른다.

나는 아버지를 만나는

생생한 꿈을 꾸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헤어지기 전

살아 생전 꼭 해드리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씀을 드렸다.


아버지

죄송해요

사랑해요


무뚝뚝한 아들에게

어떤 감사도 고백도 못 받고

하늘나라에 급히도 가신 아버지이지만

그날 조금 위로를 받으셨을까?


딸기는 세로눈으로

그날의 우리 아버지를 보았겠지?

딸기야

세로눈으로 보는 너의 세상을 보여주련?


나는 우리 딸구들이 그려내는 실루엣의 세상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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