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딸님이의 뒷다리

by 나른한 뱃살


딸님이는 겁쟁이이지만

애교쟁이이고 따라쟁이이다.

띨꾹이를 떠올려보면

고등어들이 보통 그런 겐가 싶다.


딸님이는 두 언니

딸랑이 딸콩이에 비하면

몸도 여리여리하고

잘 날라 다니지도 못한다.


조금은 약해 보이고

늘 언니들에게 치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무념무상의 표정으로

위아래 없이 아무에게나 들이대는

엉뚱한 구석도 있다.


그런데

천진한 이 녀석에게

좀 짠한 구석이 있다.

뒷다리가 그렇다.


아프거나 불편한 건 아니다.

하지만 뒷다리엔

무언가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집에 온 처음에

급식기에서 밥이 나오면

님이는 후다닥 달려와

허겁지겁 먹었다.

누구한테 빼앗기기라도 할 것처럼


한번은 손바닥에 먹이를 올려 놓고

와서 먹어

까끌까끌하게 내 손 좀 긁어줘 봐~

덥석!!!

내 손바닥까지 물어버렸다.

아이쿠??!!

앞뒤 가리지도 않는다.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우리는 작고 약한 딸님이가

유기묘 센터에서

많은 냥이들 틈바구니에서 살다 보니

저리 되었나 보다 싶었다.


또 한번은

그런 님이가 가여워서

궁뒤와 뒷다리 부분을 토닥여주는데

앙!!

신경질적으로 내 손을 무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밥 먹는데

민감해서 그런가 했다.

그러나 편하게 늘어진 녀석을 조물락거릴 때도

뒷다리 쪽으로 손이 가면

어김없이 앙!! 하는 것이었다.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다른 냥이들에게

뒷다리를 많이 물리며 혼났던 걸까?

아니면 추측 못할 다른 사연이 있던 걸까?


우리 부부는 이후 한참 동안을

밥은 충분히 주고

멀찍이 떨어져 있어 주었다.

쓰다듬고 매만질 때는

뒷다리를 건드리지 않았다.

기다리기로 했다.


어느새 딸님이와의 동거도 6년째다.

이제 님이는 허겁지겁 먹지 않는다.

심지어 자기 급식기에서

언니들 것보다 밥이 늦게 나와도

지긋이 기다릴 줄도 안다.


그리고

요즘은 님이가 놀라지 않게

조심스럽게

찬찬히

뒷다리도 쓰다듬고 토닥여준다.

녀석도 웬만해선 앙 하지 않는다.


아빠 배 위에서 노는 딸님이




나는 시간을 믿는다.

시간이 쌓이면 변한다.


딸님이의 뒷다리에

어떤 아픔과 슬픔이 있는 줄은 모르지만

우리와의 시간 속에서

뒷다리에 닿는 우리의 손길은 믿어주나 보다.


우리의 시간이

세월이 되면

님이는 뒷다리의 아픔을

잊게 될까?


딸님이의 시그니처 포즈. 두 발 살짝 모아 귀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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