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방묘문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by 나른한 뱃살


딸기, 딸꾹이 세대와

함께 살 때는

일종의 공간분리 개념을 적용했다.


집에 다른 곳은

다 괜찮지만

안방만큼은 녀석들에게

개방하지 않았다.


그 당시만 해도

신혼이었던 우리 부부는

반려동물의 털이 임신에 좋지 않다는

주변 걱정에 따라

최소한 안방은 분리하자 했다.


그래도 딸구들은

틈만 보이면 안방으로 숨어 들어와

안락한 침대 위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누워있곤 했다.


딴 때는 구멍이 뚫려도

밤 취침 시간만큼은 문을 닫고

딸구들이 못 들어오게 했다.

생각해보면

우리 부부는 독했고

딸기, 딸꾹이는 착했다.


봄, 가을이나 겨울에는

어찌어찌 잘 수 있었다지만

한여름에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만으로

문 닫고 어떻게 잤나 싶다.

그땐 젊어서 더위도 덜 탔나?


딸기, 딸꾹이는

문 열어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취침 시간만큼은 자신들만의 자리를

찾아가서 조용히 잤다.

지금 딸랑이, 딸콩이, 딸님이에게선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1세대 두 딸구들이 무지개 다리 건너고

딸랑이를 새로 입양한 뒤에도

공간분리 개념은 계속 유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문을 닫고 여름밤을 나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만큼 우리 부부도 나이가 들어

예전처럼 견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살 마음도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방묘문이란 게 있었다.

150cm 높이의 쇠창살 같은 형태로

지구 냥이 중 80%가

넘어오지 못한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특별한 20% 냥을 대비한

위에 30cm 높이로 덧댈 수 있는

추가벽도 있었다.


이거다 싶었다.

야심차게 주문하였다.

드디어 물건이 오자

의기양양하게 조립하고

안방 문에 결합하였다.


딸랑아 니 좋은 시절 다 갔다.

이제 밤낮으로 모두

안방은 못 들어와

두둥~!!

다 결합했다.

어때?


딸랑이는 닫힌 방묘문 앞을

신기한 듯 서성였다.

창살 사이로 얼굴도 삐죽여보고

앞 발을 들이밀기도 해 보더니


어쭈??

한 두발짝 뒤로 살 무르더니

방묘문 위로 뛰어오르려 한다.


부~웅~

.

.

.

착!

앞발을 방묘문 꼭대기 가로대에 걸치더니

별 힘도 안 들이고 스윽 올라선다.

그리고는 방묘문 건너 침대 위로

슈~웅~

척!


방묘문을 설치하자마자

단번에 뛰어넘어

침대 위에서 우리쪽을 바라보는

딸랑이가 씨익 웃는 듯이 느껴진 건

기분 탓이겠지…?


딸랑아 네가 대단한 걸 간과했다.

그래 너의 날렵한 몸매에

무지막지한 뒷다리 근육을 생각하면

상위 20%인 게 당연하지

그러나 우리도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이왕 산 거 추가벽도 사고 만다.


이튿날인가

바로 추가벽이 도착했고

지체없이 설치 작업에 들어갔다.

뚝딱 설치하니

딸랑이가 또 주변을 서성였다.


녀석 눈에도 더 높아진 게 느껴지는지

이전처럼 바로 달려들지는 않는다.

ㅎㅎㅎ

어때 딸랑?


그런데 왠 걸?

녀석이 몸을 도사린다.

그리고는 또 다시

부~웅~


방묘문 가장자리 쪽으로 뛰어

1차문 꼭대기쯤 가로대를 앞발로 잡고

뒷발을 끌어올리고는

이내 2차문 위로 몸을 넘긴다.

2차문 너머 쪽으로 앞발은 넘겼는데

뒷다리를 못 넘겨 아슬아슬 버둥거린다.

그런데 고양이는 물이라 했던가?

가장자리 틈 쪽으로 몸을 빼내어

결국은 통과한다.

슈~웅~

척!!

씨익~~~

아이고…


https://youtube.com/shorts/KfVF0EU7Svc?feature=share

딸랑이의 방묘문 극복기




그 날부로 우리는

안방도 딸랑이에게 허용하기로 했다.

우리도 늙을만큼 늙었으니

냥이 털 좀 더 먹어도 상관없다 여기기로 했다.

그 덕분에 1년 뒤쯤 합사한

딸콩, 딸님이는 처음부터 안방을 공유했다.


더 놀라운 건

딸랑이만큼 날렵하진 않았지만

딸콩이도 180cm 방묘문을 넘어섰다는 사실


우리집 세 딸구 중

두 녀석이 상위 20%를 넘어

불가능의 영역에 있는 냥이라니…

방묘문의 과대광고였던 거겠지?


오늘도 우리집 방묘문은

아무 것도 막는 거 없이

활짝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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