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딸꾹이의 수직배변 신공

by 나른한 뱃살


핸드폰이 없던 시절

딸기, 딸꾹이와의 추억은

대개 우리 부부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다.


가끔 폴라로이드나

수동 카메라를 들고

큰 맘 먹고 사진을 찍어야지

몇 장 찍을 수 있었다.


깊이 각인된 야생성 때문인지

깨어있을 때는

도통 가만히 있지를 않고

호기심도 많아

무얼 가져가면 계속 손을 내밀어 만지고

그러면서 겁도 많아

새로운 것은 경계하고 자리를 피한다.


그런 까닭에

녀석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 찍기는 고난이도 작업이다.

녀석들 사진 대부분이

주무시는 사진이거나

드러누워 나른하게 계신 때인

이유가 다 있다.


그래도 과거 사진첩을 들추어보면

핸드폰을 갖기 이전의 사진들이

조금 남아있다.

몇 장은 정말 맘메 든다.

잊고 있던 기억의 저편에서

넌지시 젖어오르는 그 순간이

입가에 빙긋이 번진다.


그중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음...

조금 웃기지만

똥 사진이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배변 교육이 따로 필요없다.

두부 모래나 신문지를 잘개 찢어 깔아놓은

화장실을 만들어주면

지들이 알아서 잘 누고 잘 싼다.


그런데

냥이들마다 깔끔 떠는 정도가 달라

화장실 청소 상태에 따라

배변 행태가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우리 딸구들 중

딸국이가 깔끔쟁이였다.

화장실 청소를 제 때에 안해주면

뒷다리만 화장실에 들이고는 일을 봤다.

거기서 더 화장실 상태가 안 좋아지면

아예 화장실이 아닌 다른 데에 싸기도 했다.


처음에는 화장실 아닌 데에 싸면

딸꾹이를 혼냈다.

야! 너 뭐야? 아무 데나 싸면 어떻게?

넌 고양이야! 배변은 가려서 해야지!!


우리는 딸꾹이가

고양이 정체성이 부족해 벌이는

어깃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나중에야

깔끔 떠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 딸님이도 그런 성향이 있다.

딸님이는 지가 싼 똥을 모래로 덥지도 않고

쌩하고 화장실을 피한다.

언니들 것은 둘째치고

지 꺼 냄새도 질색인 듯이...

그러고보니 고등어과의 특징인 건가?


딸꾹이의 배변 깔끔짓은

어릴 때부터 있었다.

물론 그때는 아예 이유를 몰라

혼내고 제지하기만 했으니

초보 집사 부부의 죄가 장난 아니었다.


전방 관사에 살던 시절 어느날

또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났다.

이런??!!!

녀석이 또 지린 것이었다.

야 이눔아~~

딸꾹이는 후다닥 숨어들고

나는 냄새를 찾아 나섰다.


마당 쪽으로 드나들 수 있는

커다란 거실 창 쪽 아래에

거뭇거뭇한

덩어리들이 보였다.


씩씩 거리며

가까이 다가서다가

어라???!!!

이거 뭐야???

ㅋㅋㅋㅋㅋ

자기야~

이리와 봐


우리 부부는 딸꾹이가

싼 똥을 보고

한바탕 자지러졌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와서

인증샷을 남겼다.

딸꾹이의 이 사건에 대해 이름도 지었다.

"딸꾹이의 수직배변 신공"

싸다 싸다

이런 경지에까지 이르다니...


tempImageCjTa0Y.heic 딸꾹이이 수직배변 현장


우리 부부가 딸꾹이의 어깃장이 아니라

깔끔 떠는 때문이라는 걸 알고

화장실을 좀 더 자주 청소해 주기까지

딸꾹이는 계속 여기저기 지리고 다녔다.


어쩌면

예전 살던 곳 어디엔가는

누렇게 물든 딸꾹이의 흔적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tempImagehlP132.heic 요즘도 가끔 녀석의 수직 똥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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