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내 침묵은 가장 값싼 해결책이었다.
업무가 끝나면 나는 늘 가장 늦게 사무실 문을 나섰다.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비울 때까지
자료를 정리하며 책상 앞에 남아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내가 한 말보다는
끝내하지 못한 말들이 먼저 떠올랐다.
머뭇거리다 결국 삼켜버린 말들,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던 생각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었다.
의견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이 자리에서 어떻게
들릴지를 먼저 계산하는 쪽에 가까웠다.
이 믿음은 사회생활 안에서도 존재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기준이 하나 생겼다.
내 침묵은 가장 값싼 해결책이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불편해지지 않았고,
나는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수 있었다.
나는 늘 무사한 사람이었지만
눈에 남는 사람은 아니었다.
존재감이 없다는 말,
그래 그 말이 딱 맞는 표현일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조용해진 나에게
유독 크게 남는 순간들이 있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잘했다 “라는 사소한 말을 들었을 때였다.
그날은 왠지 하루 전체의 온도가 달라졌고
사소한 일에도 그 기분은 오래 유지됐다.
그 말은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보다,
이 자리에서 내가 지워지지 않았다는 확인처럼
느껴졌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었다는 사실이
그날의 나를 조금 들뜨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조심해졌는지도 모른다.
내가 받은 이 확신을 잃고 싶지 않아서.
조용하게 커버린 어른의 내면엔
여전히
불리기를 기다리는 아이가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