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
그렇게 나는 자랐다.
눈에 띄지 않는 법을 먼저 익힌 사람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쪽을 고르는 어른으로.
겉으로는 어른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먼저 살피는 쪽에 머물러 있었다.
사회에 나왔을 때도 나는 망설임 없이
익숙한 방식으로 사람들 속에 섞였다.
첫 조직에 들어갔을 때 나는 그 태도가 가장
안전한 방식이라고 믿었다.
회의 전날이면 퇴근 후에도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이미 정해진 방향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조금만 수정하면 나아질 수 있는 지점들을
메모장에 따로 빼곡히 정리해 두었다.
회의실에 들어가면 팀원들의 말은 빠르게 이어졌다.
크게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는 연신 고개만 끄덕였다.
말은 꺼낼 수 있는 순간들은 분명 있었다.
잠깐의 공백,
팀장님의 시선이 머무는 짧은 틈.
그때마다 여전히 나는 계산했다.
이 말이 맞느냐보다 이 말을 내가 해도
되는 사람인지가 먼저였다.
그 말 이후의 공기까지 내가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지 난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침묵했다.
대신 회의가 끝난 뒤 정리 메일을 맡아
누락된 자료를 채우고 다음 일정이 어긋나지 않게
조율했다.
며칠 뒤,
중간 점검 회의에서 팀장님은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 민경 씨 아이디어 너무 좋았어요. “
그 설명을 듣는 동안 나는 메모장을 덮었다.
그 메모장 안에는,
회의에서 끝내 꺼내지 못했던 문장들이
이미 적혀 있었다.
아무도 틀리지 않았고, 아무도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말이 없었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뒤처진 것이 아니라
늘 한 박자 뒤에서 일을 정리하는 위치에만
머물렀다는 것을.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은 팀 안에 오래 남을 수 있지만,
앞으로 불리는 사람을 아니었다.
그때부터였다.
기다림으로 가려진 착함이
미덕이 아니라 정체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