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오래된 습관
어느 순간부터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집에 돌아와 불을 켜지 않고 서있는 시간만으로는
더 이상 하루가 정리되지 않았고,
아침이 와도 전날의 감각이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잠을 자고 나면 리셋되는 줄 알았던 것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단지 그날의 피로가 아니라,
며칠치가 한꺼번에 내려앉는 느낌에 가까웠다.
회사에서는 이전과 조금 다른 종류의 시간이 흘렀다.
분명 바쁘지 않은 날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어떤 날도 여유롭지 못했다.
업무량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니었고,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 같은 느낌도 아니었지만,
출근하는 시간부터 이미 지쳐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도 시작하기 전에 에너지가 다 빠져 있는
상태였다.
결과를 기다리는 자리가 늘어났다.
인사, 평가, 다음 단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오고 가는 동안 그 자리에서 내 이름은 자주
들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승진은 다음 기회로 넘어갔다.
이유는 설명되지 않았고 나는 그저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포함됐다.
주변에서는 괜찮다는 말을 쉽게 내게 전했다.
아직 젊고, 다음이 있으니
지금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다는
말들이 이어졌다.
나는 그 말들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틀린 말도 아니었고 반박할 만큼의
확신 있는 생각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 애매함 속에서 나는 그저 무난한 사람으로
머물렀다.
조금 늦게 퇴근해도, 조금 더 내가 맡아도
거절하지 않았다.
이미 정해진 방향을 다시 흔드는 일은
내 오래된 습관을 유난히 피로하게 만들었다.
말이 줄어들수록 설명하지 않는 편이 더 편해졌다.
습관은
어느새 나를 설명하는 주요 특징이 되어버렸다.
문제를 만들지 않는 사람,
요청을 거절하지 않는 사람,
분위기를 흐리지 않는 사람.
그 자리에 오래 머무는 일은 특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습관은 점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사소한 질문에도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고,
이전 같으면 가볍게 넘겼을 말들 앞에서도
자꾸만 주저했다.
웃어야 할 자리에서 한 박자 늦게 따라 나왔다.
사람들은 요새 피곤해 보인다며 말했지만
나는 굳이 그 말에 반박하고 싶지 않아 졌다.
피곤하다는 말은 더 이상의 설명을 요구하지 않으니까.
집에 돌아오면 불을 껐다.
지금은 밝은 방이 나에게 한없이 버겁게 느껴졌다.
작은 동그라미 안에 들어가 버린 개미처럼,
어린 착한 아이는
나를 그 자리에서 반복하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