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가 되면 안 버려질까요?
ep2.
어느 햇빛 좋은 날,
20평 남짓한 집 30살 엄마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7살, 5살 딸들의 고사리 같은 손을
꽉 붙잡은 채 쭈뼛쭈뼛 들어갔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매서운 눈초리에
언니와 나는 엄마 다리를 붙잡은 채 뒤에 숨어
하염없이 눈치 보고 있었다.
외할머니는 3평 남짓한 방을
그저 아무 말 없이 열어주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집에 우리는
그날부터 불청객이 되었다.
‘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
묻는 내 대답에도 엄마는 묵묵부답이었다.
엄마의 굳어진 표정에 언니는 내 손을 꼭
붙잡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겨우 2살 차이,
그것도 똑같은 어린아이였던
언니는 어느새 눈치를 보고 있었던 듯하다.
엄마는 그날 이후부터 사랑방 신문과 펜을 들고
전화를 하염없이 하였다.
며칠 뒤 엄마는 아침부터 저녁 11시가 되어야
볼 수 있었다.
좁은 3평 방에 3명이 옹기종기
붙어 자야만 했다.
종종 엄마의 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내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엄마가 울음조차
참아버릴까 울음이 멎을 때까지 난 숨을 참았다.
엄마가 없는 하루하루는 매일 지옥이었다.
‘외할아버지가 오늘은 술을 드시고 올까?’
‘오늘은 기분이 좋으실까?’
‘내가 기분을 거슬리게 하진 않을까?’
문 밖의 발걸음 소리만 들리면
5살의 아이는 심장이 쿵쿵
온몸이 요동치 듯 흔들리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술만 드시면 언성이 높아지고
집에 있는 무언가를 자꾸 부쉈다.
더 나아가 외할머니께 손찌검을 하셨다.
20평 남짓한 작은 집은 나에겐 전부였는데
그 전부가 지옥이었다.
지옥에서 나가고 싶지만 갈 곳이 없었다.
그저 오늘은 아무 일이 없기만을 바라는 기도만
어느 하루는, 그 어린아이가 반항하고 싶었을까?
화내는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주 빤히
’ 전 여기 있기 싫어요 너무‘
매서운 황소 눈을 한 할아버지는 손을 들고
쫓아오자 외할머니 치맛자락 밑으로 숨어
벌벌 떨며 싹싹 빌었다.
’ 잘할게요 죄송해요 ‘
밤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가
지쳐 누워 잠들면 엄마의 온기를 대고 누워야만
잠에 들 수 있었다.
전부인 이 집에
엄마마저 날 떠나버릴까 무서웠다.
엄마가 지쳐 들어오면 엄마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내가 힘들다고 하면 엄마가 날 버릴까
그때부터 난 뭐든 괜찮은 내가 되어야만 했다.
착한 아이가 되면 버려지지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