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가난은 선택지를 지웠다.
그때 나에게 가난은 어떤 일이든, 어떤 것이든
늘 머릿속으로 계산해야 하는 습관이었다.
엄마가 가끔 일을 나가지 못하는 날이 있었다.
학교에서 필요한 준비물, 체험학습비가 있을 때면,
그럴 때면, 주말부터 입을 떼다 말다 주저했다.
말해야 할지, 말하지 말아야 할지.
나는 늘 그 사이에서 멈췄다.
가방을 다시 열어보고, 엄마의 지갑을 떠올렸다.
지갑 안에는 늘 초라한 금액이 있었고,
그날은 유난히 이천 원이라는 숫자만 또렷했다.
이 순간만큼은 난 자주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다음 주까지 내면 된대요.”
“준비물 학교에서 준대요.”
혹시라도 그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면서.
학교에 가면 선생님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학교에서 나는 항상 혼나는 아이였다.
준비물을 내지 못했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들이 늘 하나씩 더 붙었다.
하지만 혼나는 것보다 내가 더 싫었던 건
그 이야기를 집까지 가져가는 일이었다.
엄마를 더 작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혼나는 쪽을 택했다.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면
나에게만 빵을 나눠주었다.
그날도 내 이름이 불렸다.
교실 한가운데서, 나만.
“왜 너만 받아? “
친구들의 질문에 나는 뻘쭘하게 웃으며 대답했지만
손에 쥔 빵을 서둘러 가방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때 알았다.
가난은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선택지를 지워버린 불려 나오는 것이라는 걸.
그때부터였을까!
무언가를 원하면 먼저 지우는 습관이 생긴 것은.
선택하기 전에 포기하는 법을 배운 것은.
가난은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대신 분명하게 가르쳤었다.
선택지는
항상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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