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눈치가 먼저 자란 아이
5살 어린아이였던 나는
집의 공기를 읽는 방법부터 먼저 배웠다.
문이 열리는 소리, 발걸음의 속도,
숨을 내쉴 때의 온도.
그날 집이 내게 안전한지 아닌지는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돌아가는 지로 알 수 있었다.
집은 조용했지만 늘 긴장되어 있었다.
아무도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소리는 이미 그 조그만 집 안에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소리를 피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게 곧 살아남는 습관이 되었다.
어른들은 내게 항상 참 착한 아이라고 말한다.
말을 잘 듣고, 튀지 않고 조용히 가만히 잘 있는 아이.
하지만 나는 착한 아이가 아니라
그저 눈치가 빠른 아이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지금은 말해도 되는지,
지금은 웃어도 되는지,
지금은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지,
머릿속으로는 온통 줄다리기로 가득 찼다.
그래서 나는 선택하지 않았다.
선택은 나에게 늘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 흔한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서
나는 머뭇거린다.
‘아무거나’
선택하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한 대답이라는 걸
내가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학교를 가도 마찬가지였다.
학부모의 면담이 끝나면 갑자기 냉랭해지는
선생님들은 이제 내게 익숙했다.
바뀐 맨 뒷자리로 가 친구들을 바라볼 때면
이 자리가 꼭 내 위치인 것만 같아
입술을 꽉 깨물어 울음을 삼켰다.
나는 조용한 아이가 아니다.
나는 늘 주변을 살피느라 말할 틈이 없던 아이였다.
그때의 나는
하고 싶은 게 없는 아이가 아니라
하고 싶은 걸 말하지 않는 아이라는 걸
그리고 그 습관은 아주 오랫동안
내 삶의 기본값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