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기는 마지막 편지

1. 병을 알기 전 나의 일상은

by 원위크

“지안 씨, 오늘까지 마무리해서 줄 수 있죠? “


“네, 알겠습니다.”


모두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에

오늘도 여전히 난 홀로 남아 야근 중이다.

이젠 집보다 사무실에 남아있는 시간이 더 길어

집이 나에겐 의미가 없어졌다.


그래도 얼른 끝나고 집에 들어가 머릿속 모든

생각들을 꺼놓고 자고 싶은 마음뿐.


저 팀장님의 ‘오늘까지’의 기한은

다음날 출근하기 전인 새벽까지를 말하는 걸까?


머릿속으론 백 번, 천 번 가슴속에 묻어둔

사직서를 과감히 던지고 나갔겠건만,


내 어깨에 쥐어진 현실적인 짐은 습관처럼

책상 앞에 몸을 놔둔다.


오늘의 나의 저녁식사도 빨리 먹을 수 있는

토스트다.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이 생각날 때면

괜한 나의 대한 연민이 느껴져 얼른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연민조차 느낄 시간도 없다.


모두 퇴근한 사무실,

어두컴컴한 이 공간을 밝혀주는 빛은 나의

업무용 모니터 한 대.

어쩌면 이 공간에 작은 빛을 내는 이 모니터 한 대가

내 전부인 것 같아 울적해진다.


적막한 공간에 울리는 엄마의 걱정소리,

매일 저녁마다 엄마는 나에게 전화를 건다.


30살 된 작은 딸,

엄마 눈에는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자식 같은가 보다.


“내 새끼, 밥은 먹었니? 오늘도 퇴근 못한 거니?”


엄마의 따스한 목소리는

하루 종일 시달렸던 오늘 나의 하루를

꼭 다 들킨 것만 같은 내 마음은,


순식간에 눈에 고여버린 눈물이 고여

목소리가 떨릴까 숨겨버리고 싶은 내 마음은,


엄마에게 꼭 기대고 싶었던 엄마의 작은 딸은

되려 큰 소리를 내버린다.


“어, 바쁜데 왜 전화해 “


내 입은 왜 자꾸 다르게 나가는 걸까


“아이고, 고생하는 것 같아 엄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밥 꼭 챙겨 먹어, 바쁠 텐데 끊을게 미안해 “



엄마보다 더 어리고 나에게 적대시하는 사람에게도

나 좀 이쁘게 봐주세요 온갖 착한 척을 하면서


왜 이 세상 단 한 사람에겐 그렇게 모진건지.


가족 하나 챙기지 못하는데 무슨 일을 잘하겠다는 건지


전화를 끊고 오늘도 야근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며칠 전부터 옥죄여오는 가슴통증이 또 세게 느껴진다.


건강에 대한 건 자신 있던 나여서

병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숨 쉬기 힘든 통증이 한 번씩 크게 올라오는데

오늘은 문득 불안해졌다.


병원진료를 예약하기로 했다.


난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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