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년들이 창업한 카페 ‘Faro’.
로마의 스페셜티 카페, Faro의 입구
세 번째로 들른 개인 카페는 보르게세 공원 근처의 로스팅 카페였다.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지는 못했다. 보르게세 공원에서의 일정이 길어졌고, 발걸음을 재촉해 간신히 도착했지만, 카페는 막 마감 시간을 맞이한 참이었다. 오후 4시 마감. 문은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고, 두세 명의 직원이 내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냥 돌아설까 잠시 망설였지만, 여기까지 온 노력이 아쉬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살짝 열고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원두만이라도 구매할 수 있을까요?”
마감 시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말에 직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환하게 웃으며 원두를 판매해 주었다.
용기 있는 자만이 원두를 얻는다.
나는 직원이 추천해준 원두 한 봉지와 에스프레소용 원두 한 봉지를 샀다.
한국에 돌아와 자세히 보니 한 봉지는 스페인, 다른 한 봉지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로스팅된 커피였다. 두 원두 모두 한국에서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로스팅 포인트를 가지고 있었다.
원두를 고르며 내부를 둘러보니, 테이블로 가득 찬 구조였고 벽에는 아이스커피 판매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곳은 지역 로스팅 원두를 판매하는 카페로, 젊은 친구들이 함께 창업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늦게 도착한 탓에 직원들과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그 당시에는 별다른 감정 없이 돌아섰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온 뒤, 여행 중 들렀던 카페들을 하나씩 정리하다가 이 카페와 연결된 기억이 떠올랐다.
바로, 쿠킹 클래스에서 만난 이탈리아인 니콜로의 말이었다.
“이러다 이탈리아 카페 문화가 정말 사라질지도 몰라요.”
이탈리아에서 검색해본 요즘의 동네 카페들은 점점 ‘바’의 형태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실제로 Faro의 내부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탈리아의 ‘바’와는 전혀 달랐다. 포진된 좌석, 쇼케이스, 커피머신 너머로 분주한 직원들. 이곳은 명백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바 테이블에 서서 빠르게 커피를 마시는 전통 대신, 한국이나 호주처럼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즐기고, 아이스 메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로마 중심부의 대부분 카페는 여전히 전통적인 바 문화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점점 더 우리가 익숙한 ‘편안한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 변화 속에서 니콜로가 느낀 위기감과 안타까움이, 이제서야 조금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원두만 샀던 Faro에서의 짧은 순간이,
지금은 이탈리아 카페 문화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